그 동안 잠잠했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가입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PSI 중시 경향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으로 PSI 정식 가입 추진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과연 PSI 정식 가입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PSI는 2003년 5월 미국의 주도로 시작됐다. 핵무기 등 WMD 관련 화물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나 항공기를 직접 나포,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 규범이었다. 이후 국제사회의 참여를 유도해 지난해 말까지 93개국이 승인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훈련 참관 등 5가지 항에는 협력하고 있지만 역내ㆍ외 차단훈련, 물적 지원, PSI 차단원칙선언 승인 등 3가지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의 참여 압력이 거셌을 때에도 정식 참여는 거부했다. 'PSI 정식 가입 시 해상검문 과정에서 우발적인 남북 간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이유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PSI 정식 참여 분위기가 조성됐고, 16일 이상희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군사적으로 PSI 참여를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발언, 다시 공론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1월 PSI 제도화를 밝힌 것도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7일 "PSI는 북한이라는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게 아니라 WMD 확산 방지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고, 오바마 정부도 핵 확산에 단호한 입장인 만큼 한미동맹 강화 측면에서도 지금 PSI에 정식 참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PSI는 영해와 접속수역(24해리)에서만 적용되는데, WMD를 적재한 북한 화물선이 검색받을 게 뻔한 이 수역으로 들어오지 않을 테고 따라서 남북 무력충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때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2003년 이후 북한은 군부와 조평통이 나서 PSI에 대해 "정전협정 위반",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동조하기 위해 굳이 한국이 목숨을 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실익이 없다. 가입 자체로 남북관계는 물 건너가고 실제 검색 과정에서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안보정책 목표인 북핵 해결에도 괜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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