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ㆍ통화정책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부분의 경우 신뢰보다는 갈등관계를 맺어왔다. 기획재정부(옛 재무부, 재정경제부 포함)는 경기 조절을 위한 통화 및 환율정책에서 한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표시해왔고, 한은은 재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치는 금리발언 등을 자주 한다며 반발해왔다.
두 기관의 불협화음은 이명박 정부 들어 증폭된 감이 있다. 초대 경제팀장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부양과 수출 확대를 위한 금리 인하와 환율 인상의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표명하면서 한은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0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뒤에는 공 다툼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기 경제팀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 이성태 한은 총재와 만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긴밀히 협조키로 한 것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재정부 장관이 한은을 찾은 것은 11년 만이다. 한은과의 신뢰관계를 두텁게 하려는 윤 장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재정부와 한은은 경제회복의 주요 정책수단인 재정ㆍ통화ㆍ환율정책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공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한은의 사상 최저수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실물경제의 추락은 멈추지 않고 있고, 신용경색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위기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조치로 한은의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정책에 대해 두 기관이 공감대를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 지지부진한 은행자본 확충 펀드에 대한 한은의 출자도 신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조선ㆍ건설사 등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해 주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윤 장관과 이 총재의 악수가 정치적 행사로 끝나고, 또 다시 불협화음을 낸다면 되레 시장불신만 키울 수 있다. 윤 장관은 이 총재에 대해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안다”고 했다. 재정부와 한은은 정책공조를 바탕으로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아 경기 회복을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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