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과학도 김대식(20ㆍ카이스트 재학)씨는 요즘 가슴이 설렌다. 연주자들이 꿈의 무대로 꼽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게 될지도 모르는 행운을 잡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인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을 통과한 30여개국 200명 중 한 명. 이들 가운데 유튜브 사용자들의 온라인 공개 투표로 80명을 최종 선발, 4월 15일 카네기홀에서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지휘로 공연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영상 공유 커뮤니티 유튜브는 전세계에서 두 달간 온라인 오디션을 실시해 14일(미국 시간) 1차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고, 15일부터 온라인 투표에 들어갔다.
온라인 투표는 유튜브 오케스트라 채널(www.youtube.com/symphonykr)에서 23일 오후 2시(한국 시간)까지 진행되며, 결과는 3월 2일 발표한다.
오디션은 자격과 악기 제한 없이 모든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70여개국 4,000여명이 응모, 지정곡(탄둔 작곡 인터넷 심포니 '에로이카')과 자유곡을 연주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심사는 베를린필 뉴욕필 런던심포니 서울시향 등이 했다.
1차 관문을 통과한 한국인은 김씨 등 6명.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가 중 최다, 전세계에서도 미국(93명), 독일(8명), 스페인(8명), 러시아(7명)에 이어 다섯번째로 많은 숫자다.
2학년이 되는 새 학기부터 기계공학을 전공할 예정인 김씨는 카이스트의 교내 오케스트라 단원. 첼로를 연주하는 동료 단원 최은정(21ㆍ카이스트 화학과 4년)씨와 함께 오디션에 선발됐다.
"겨울방학 동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재미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오디션에 응모했다"는 그가 제출한 곡은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1번의 1악장 주제 선율. 2주 동안 연습해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온라인 투표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어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학교와 클래식동호회의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합격자 6명 중 카이스트 학생인 김씨, 최씨 외에 4명은 악기 전공자다. 이수정씨(25ㆍ독일 뮌헨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휴학 중)는 첼로 전공, 이경미 이향기 류지은씨는 숙명여대 관현악과에서 타악기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각각 스네어드럼, 글로켄슈필, 심벌즈 연주로 오디션을 통과했다.
이들은 "오케스트라 오디션은 항상 제한적인데,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오디션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이수정씨), "카네기홀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제일 매력적"(이향기씨)이라고 말했다.
비디오나 인터넷으로 하는 오디션이 클래식음악에서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예컨대 올해로 5회째인 미국의 '미네소타 국제 피아노e컴피티션'은 온라인 콩쿠르다.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카네기홀 공연을 지휘할 마이클 틸슨 토마스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음악 활동의 선구자.
그가 이끄는 마이애미의 뉴월드심포니는 마스터클래스와 레슨, 오디션을 모두 인터넷으로 진행한다. 그는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카네기홀 공연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여느 클래식 무대와는 크게 다른 독특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합격자 80명은 4월 12~15일 뉴욕에 모여 연습하고 공연한다. 뉴욕에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온라인 리허설도 한다. 항공료와 숙박비는 유튜브가 제공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