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7월부터 비누 치약 칫솔 면도날 구두약 등 기초 생필품을 병사들이 직접 사서 쓰도록 매달 1,380원씩을 지급한다고 한다. 신세대 병사들이 품질이 조악한 보급품을 외면하고 사제 물품을 쓰는 바람에 예산이 낭비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감사원도 그렇게 지적했다는 얘기다.
질 나쁜 보급품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병사들에게 고작 '껌 값'을 주면서 기초 생필품을 직접 조달하라는 것은 실로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다. 불합리한 보급 관행은 뜯어고쳐야 하지만, '한 달 1,380원'으로 손쉽게 때우려는 발상은 그야말로 '자유당 때' 군대를 떠올리게 한다. 요즘도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도는가 싶다.
과거와 달리 상병 기준 월 9만원 가까운 봉급을 주고 있으니, 비누 치약 칫솔 정도는 직접 사서 쓸 만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군은 병사들에게 연간 세숫비누 13개, 세탁비누 5개, 치약 8개, 칫솔 6개, 구두약 12개, 면도날 24개씩을 지급한다. 국방부는 6개 생필품을 부대매점(PX) 등에서 직접 구입하는 데 월 평균 4,010원이 든다고 계산했다. 지난해 월급이 6,000원 올랐기에 웬만큼 보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앞뒤가 뒤바뀐 계산법은 도무지 옹색하다. 국방부는 "어차피 개인 돈으로 삼푸ㆍ클린징 폼ㆍ세탁기용 세제 등을 사 쓰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는 더욱 무책임한 말이다. 봉급과 생필품 보급은 별개이고, 굳이 한데 묶으려면 장교 등 직업군인처럼 그 비용을 봉급에 제대로 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힘겨운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병사들과 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자꾸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국방예산 부족을 핑계 대지만, 입만 열면 안보를 외치고 천문학적 비용의 신무기를 도입하면서 정작 병사들의 기초적 복지는 소홀히 여기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시대착오적 위선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먼저 병사들에게 돈을 써야 한다. 그게 튼튼한 국방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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