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요? 우린 그런 것, 모릅네다.(웃음) 원부자재 실어 나르기도 바쁘거든요."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57ㆍ사진) 회장. 전날 개성공단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15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걸죽한 북한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최근 개성공단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수 많은 국내 중소 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부산에서 연매출 500억원대의 신발 제조업체인 삼덕통상㈜을 운영하고 있는 문 회장은 2008년5월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제2대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부산 지역 기업인으로는 개성공단에 첫 진출, 2005년 3월부터 현지 법인인 ㈜삼덕스타필드에서 신발 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불황기에 접어든 요즘, 개성공단이야 말로 침체 탈출을 위한 최고의 조건을 갖춘 '블루칩'이라는 게 문 회장의 생각이다. 저렴한 인건비는 물론이고 남ㆍ북민족간 거래의 무관세 적용, 육로를 통해 한층 빨라진 물류 유통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비교우위에도 불구, 개성공단의 정치적 환경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이어 10월 북측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12월 군사분계선 육상 통행 제한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개성공단 사업은 현재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까지 더해져 남ㆍ북간 경제 협력 자체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문 회장은 "그동안 여러가지 어려움을 딛고 개성공단 사업이 좀 차분하게 안정을 찾는 분위기였는데 또다시 새 악재가 출현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남ㆍ북 경협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개성공단 사업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상당한 경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에 따르면 2006년 8,864만 달러 규모에 그쳤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총 매출은 2007년엔 1억8,478만 달러로 뛰어오르더니, 2008년에는 2억5,142만 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현지 진출 4년 만에 누적 매출 규모도 5억2,484만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도 개성공단은 말 그대로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부수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우리가 북한에서 제공 받는 것은 땅하고 물, 공기 밖에 없어요. 하다 못해 현지 작업장 화장실에서 쓰는 화장지에서부터 공장 건설에 필요한 드라이버 하나 하나까지 모두 남쪽에서 가져 갑니다. 개성공단과 관련된 연관 업체 수만도 자그마치 3,600여 개나 됩니다. 발전 가능성이 그 만큼 높다는 것입니다." 문 회장은 개성공단 활성화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이렇게 강조했다.
때문에 남북간 정치외교적 기류와는 관계없이, 개성공단사업은 보호되고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 회장의 생각이다. 아울러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놔두면 지금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 없습니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정치적인 이념을 가진 단체가 아닌 만큼, 오로지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차원에서 현지 사업을 이해하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허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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