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서울은 학력 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동부(동대문ㆍ중랑구)와 남부(구로ㆍ금천ㆍ영등포구) 지역은 서울의 순위를 끌어내린 주범으로 꼽혔다.
대부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물론 보통이상 학력 비율 모두 동부와 남부가 번갈아 꼴찌를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학습 부진아도 많고, 평균 성적도 다른 지역에 비해 뒤쳐진다.
동부 지역은 초6 보통학력 이상 비율에서 전 과목 최하위를 기록했다. 강남과 비교하면 12~18% 포인트의 격차를 보였고, 서울 평균에서도 한참 떨어진다. 중3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남부가 전 과목 꼴찌를 차지했다. 영어의 경우 10명 중 2명(20.3%)이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가 벅찬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경제적 이유를 빼고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들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25개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중랑구의 재정자립도는 30.2%이며, 금천ㆍ구로ㆍ동대문구는 각각 37.4%, 40.1%, 44.5%로 평균 재정자립도인 50.8%에 크게 못 미친다. 기초생활수급자 현황을 봐도 5,859가구가 수혜 대상인 중랑구는 서울 평균(4,452가구)을 훌쩍 넘어섰다.
실제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교육지원우선지구' 사업 대상에 남부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36곳, 동부는 22곳이 선정됐다.
남부교육청 관계자는 "중랑구와 인접했지만 강북의 '사교육 1번지'인 노원구가 속한 북부 지역은 대부분 평가 항목에서 상위에 포진했다"며 "관내에 명문고는커녕 변변한 사교육 기관조차 거의 없어 학생ㆍ학부모를 유인할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저학력의 원인을 학교장의 리더십이나 교사의 열의 부족으로 판단한 듯하다. 17일 시교육청은 학력평가 결과를 교장ㆍ교원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동부교육청은 '학습부진 학생 제로화 운동 추진위원회'를 지역청ㆍ학교 단위로 구성해 학습 목표를 매월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부교육청도 방과 후에 학습부진아를 집중 지도하는 담임책임제를 강화하고, 기초학력을 보충하기 위한 특별수업의 대상도 국어, 사회, 과학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원래 자기계발, 특기적성 교육이 목적인 방과후 학교가 '점수 올리기'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전국교직원노조 서울지부 황진우 정책실장은 "지금도 상급 학년으로 갈수록 수학영재반, 영어우수자반 등 입시준비를 위한 기반으로 방과후 학교를 활용하는 학교가 많다"며 "학력 부진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 다음 대책을 마련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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