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 장례위원회의 허영엽 홍보담당 신부는 17일 "추기경께서는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도록 신신당부했다"며 "20일 장례미사도 몇 분의 조사(弔辭) 이외에는 일반 신자의 장례미사와 다르지 않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례위원회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화환을 받지 않기로 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화환도 돌려보냈다. 허 신부는 "고인의 재산은 많지 않지만 유언장에 따라 교구에 넣기로 했다"며 "유품은 추후 공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교황청 조문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거행될 장례미사는 시작예식, 말씀전례, 성찬전례, 고별식의 순으로 진행된다. 사제의 장례 때는 시신이 신자들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뒤로 반듯이 누운 상태로 관을 배치한다. 사제로서 신자들을 위한 마지막 직무를 한다는 의미다. 일반 신자의 경우는 시신의 머리가 신자석을 향한다.
시작예식은 미사 전 기도와 입당 행렬을 거쳐 미사를 시작하는 본 기도로 진행된다. 말씀전례는 독서와 화답송, 복음 등으로 구성되는데 구약성경의 욥기 부분과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1서 등을 봉독한다. 화답송에선 시편 22편의 일부로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 해도,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두렵지 않다'는 내용 등을 부른다.
복음에선 마태오복음 부분을 전한다. 성찬전례는 빵과 포도주를 제단에 바치는 예물준비, 감사송, 성찬기도, 영성체예식 등으로 진행된다. 성찬전례의 핵심인 성찬기도는 고인이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하도록 기원하는 내용을 담는다. 고별식에선 기도를 통해 고인이 나약한 인간으로서 저지른 모든 잘못과 허물을 용서해주시고 하느님 나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청한 후, 서울대교구의 젊은 사제들이 운구한다.
장지에 도착해 청원기도와 유가족을 위한 기도를 마치면 관 위에 흙을 덮는데, 이 때 회중은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인 즈카르야가 하느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희망을 표현한 '즈카르야의 노래'를 부른다. 김 추기경의 입관복은 성직자의 일상복인 수단 위에 미사복인 개두포, 장백의, 띠, 영대, 제의를 착용하고, 주교 복장인 필레올루스, 모관, 목장, 주교반지, 주교십자가, 빨리움 등이 추가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매장 사흘 후에 전통 제례에 따른 삼우(三虞) 추도미사를 명동성당과 장지에서 거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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