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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철한 겨울잠 깬 독사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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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철한 겨울잠 깬 독사 '기지개'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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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을 앞두고 '독사' 최철한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벌어진 제10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최철한이 전년도 우승자인 '소띠 동갑' 라이벌 박영훈에게 불계승, 내리 2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년 2개월간 계속됐던 무관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타이틀 보유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3년 제8기 천원전에 우승하며 쌓아 온 타이틀 수가 8개(국제 1, 국내 7)로 늘어났다.

최철한에게 이번 맥심커피배 우승은 매우 의미가 크다.

2000년대 중반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과 함께 '신 4인방'으로 불리며 한국 바둑계를 호령했던 최철한은 2004년 국수전과 천원전을 2연패하며 2004바둑대상 최우수 기사상을 수상하는 등 2004년과 2005년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05년12월 제10기 GS칼텍스배 우승을 마지막으로 국내외 기전에서 무려 5번이나 준우승에 그쳐 깊은 슬럼프에 빠지는가 싶었다. 그러다 작년 초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더니 제6회 응씨배 결승 진출과 2008바둑대상 승률상(76.12%)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국내 타이틀까지 품에 안은 것이다.

최철한은 다음 달 3일부터 이창호와 제6회 응씨배 결승 5번기를 갖는다. 지난 5회 대회 때 결승까지 올라갔다 중국의 창하오에게 져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최철한은 우승 인터뷰에서 "올해 하나만 더 우승하겠다"며 응씨배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동서식품(주)이 후원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은 9단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1999년 만들어져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우승 상금 2,500만원. 특히 이번 대회는 그 동안 불참했던 이창호 김인 조훈현을 비롯한 한국기원소속 입신(9단) 48명이 전원 출전,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 인터뷰 "응씨배 정조준… 타이틀 한개 더"

- 오랜만의 우승이다. 절친한 친구에게 이기면 미안한 마음 같은 게 들지 않나.

"그동안 워낙 많이 져서 별로 미안하지 않다. (웃음) (최철한은 박영훈과 두 차례 타이틀 매치를 벌여 모두 졌고, 통산 상대 전적도 12승14패로 뒤진다.)

- '송아지 삼총사'가 이제는 '황소 삼총사'로 성장했다. 현재 누가 가장 세다고 생각하나.

"각자 색깔이 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 세 명 모두 상위권에서 좋은 승부를 펼쳐 나갔으면 좋겠다. (1985년생 소띠 동갑인 원성진(2월 랭킹 4위), 박영훈(5위), 최철한(8위)은 모두 국내 최정상급 기사다.)

- 3월부터 이창호 사범과의 응씨배 결승전이 시작된다. 어떻게 예상하나.

"결승 5번기 중 세 판을 싱가포르에서 먼저 두는데 아무래도 거기서 승부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 판 중 두 판을 이긴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제6회 응씨배 결승전 1,2,3국은 3월 3,5,7일 싱가포르서 열린다)

- 준비는 잘 돼 가고 있나.

"물론이다. 맥심커피배가 기분 좋게 끝나서 더욱 마음 편히 준비할 수 있게 됐다."

- 대국이 없는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나.

"응씨배가 코앞이라 요즘은 기보 연구를 좀 한다. 체력 관리를 위해 가끔 등산을 하는데 여럿이 어울리기보다 혼자 가는 편이다."

- 올해 타이틀 획득 목표는?

"하나만 더 딸 것이다."

- 당연히 응씨배를 의미하는 거겠지.

"하하하."

■ 최철한·이세돌 中 갑조 리그 출전

최철한이 올해 처음으로 중국 갑조 리그에 출전한다. 최철한은 최근 시안 팀과 '매 판당 이길 경우 5만 위안, 질 경우 한 푼도 없는' 조건으로 용병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 팀은 지난 해 을조 리그에서 2위를 해 올해부터 갑조 리그에 진입했다. 멍타이링 4단, 왕하오양 4단, 황천 4단 등 그리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최철한이 주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이세돌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갑조 리그 2위 꾸이저우 팀에서 계속 주장으로 뛰고 작년에 갑조 리그 5위를 한 쓰촨 팀에 소속됐던 이영구도 최근 재계약을 마쳤다.

이세돌은 지난해와 같이 '이길 경우 10만위안, 질 경우 한 푼도 없다'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했다. 1년 동안 8~12판 가량 둘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은 작년 중국 리그서 구리 콩지에 창하오 등 중국 정상급 기사들과 맞대결을 벌여 8전 전승을 거두면서 1억6천만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작년에 쓰촨 팀에서 6승 3패를 거둔 이영구?지난해 '이길 경우 판당 4만 위안을 받고 질 경우 한 푼도 받지 않는다'는 조건이었으나 올해는 승리 수당이 5만원으로 인상됐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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