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등의 결과로 '물 스트레스(Water Stress)'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라고 한다. 물 스트레스는 이용가능 수자원에 대한 이용량인 '취수율' 지표로 설명되는데 20%를 넘으면 높다고 평가된다.
1995년 기준으로 31개국 4억6,000만 명인 '위험' 이상의 물 스트레스 대상자가 2025년경에는 54개국 28억 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취수율 36%로 인도, 이탈리아 등과 함께 '중~고' 수준의 다소 높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물 부도사태 날 수 있다
다른 판단기준 지표에서도 열악한 국내 수자원 여건을 살펴볼 수 있다. 2003년 UN 세계 물포럼에서 밝힌 물 이용량, 이용능력, 사용용도, 수환경의 국가별 상대점수로 평가되는 물빈곤지수(WPI)에서도 우리나라는 62.4점으로 147개국 가운데 43위, 중상위 그룹에 속한다. 올 1월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수자원 이니셔티브 보고서'는 경제성장과 인구급증으로 수자원 수요가 넘쳐 세계 많은 지역에서 '물 부도사태(water bankruptcy)'가 날 수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수자원의 취약성은 겨울가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08년 9월 이후 전국평균 강수량은 평년대비 46.4%, 남부지방 34%에 중부지방 54%로 2월 현재 전국 대부분이 가뭄으로 고통 받고있다. 특히 강원 태백지방은 취수율 32%로 강원 산간 및 중부이남 지역의 국가적 차원의 가뭄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가뭄현상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아 중국, 호주, 중남미 등 여러 나라에서 재앙에 가까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메말라 가는 직접적 원인은 기상이변에 따른 온난화로 전례 없는 장기가뭄 때문이지만, 적절한 사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탓도 크다.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해야 한다. 먼저 수자원관리 선진국들의 행보를 살펴보자. 호주 북동부 퀸즈랜드 주의 수도 브리스번 지역은 1999년 이후 기후변화로 기존 댐을 통해 확보한 수자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주정부는 90억 달러, 약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3억5,000만㎥의 용수를 추가 확보·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내용은 신규 댐 2개 건설, 기존 댐 1개 증축, 해수담수화 시설과 하수 재이용시설 설치 및 3개의 복선 광역상수도 부설 등이었다.
영국은 2005~2006년 대가뭄에 따라 남동부 지역의 물 부족 해소를 위한 항구적 대책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복합 수자원 프로젝트를 수립해 수계간 물길 잇기와 광역상수도 설치를 추진했다. 스페인 역시 2001년 118개 댐, 22개 광역상수도 등 총 889개의 수자원 프로젝트를 수립해 국가차원에서 미래의 물 부족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체계적 수자원 확보 시급
우리 역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수자원부족 해결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중소 규모 신규 댐 건설 및 기존 댐의 재개발을 통해 지속적인 수원을 확보하고, 강변과 하상여과를 통한 간접취수를 확대해 취수체계를 다원화해야 한다. 해수 담수화와 빗물 및 지하수 이용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친 환경 보조수자원을 개발하고, 누수율이 높은 수도관과 같은 노후 인프라도 교체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백과 남부지방 등에서는 지역주민 및 공공기관이 필사적으로 가뭄과 싸우고 있다. 물 스트레스가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근원이 될 수 있음을 지켜보고 있다. 지구가 지나친 물 스트레스로 쓰러지기 전에, 또 우리의 소중한 자원인 물이 부도나지 않도록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건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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