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많은 것을 담지 마라!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영화 '핸드폰'의 광고 문구다. 누구나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일 만 하다. 특히 휴대폰을 분실해 연락처를 비롯한 중요 정보를 깡그리 날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100%에 가까운 공감도를 느낄 것이다.
'핸드폰'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기반으로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가 튼튼하다는 이점을 지닌 반면,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 전개가 필수라는 현실적 부담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핸드폰'은 세태를 제대로 반영한 웰메이드 스릴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발목 잡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두 남자의 인생을 건 갈등과 대결은 휴대폰 분실에서 시작된다. 다혈질에 속물근성이 뚜렷한 매니저 승민(엄태웅)이 자기가 발굴한 유망배우의 부적절한 동영상이 담긴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휴대폰을 습득한 이규(박용우)가 승민의 난감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이야기는 추진력을 얻는다.
외견상 승민이 일방적인 피해자, 이규가 전형적인 가해자로 명확히 구분돼 보이지만 '핸드폰'은 평면적 인물 구성을 거부한다. 대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승민이 오히려 이 사회의 암적 존재일수 있고, 불우한 환경 때문에 익명의 폭력에 빠져드는 이규는 이 사회가 낳은 괴물일수 있다는 식의 다면적 시각을 제시한다. 입체적인 캐릭터을 통해 풍성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려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회병리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눈길을 끈다. 폭행 현장이 휴대폰 액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여러 차례의 장면, 휴대폰을 끼고 살지만 정작 아내와는 소통하지 못하는 승민의 일상 등은 단순한 오락 영화의 틀을 넘어서려는 이 영화의 야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쳤을까. 영화는 두 남자의 대결이 잉태하는 서스펜스와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라는 부가적 목표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오히려 많은 것을 잃지 않았나'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220만명이 찾은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흥행 능력을 인정 받은 김한민 감독이 연출했다. 1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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