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를 여러 차례 숙이며 "잘 부탁 드립니다"를 연발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일본어와 어눌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잊지 않았다. 예의가 몸의 일부인 양 반듯한 모습에서 인기배우의 흔한 장신구인 거만함은 찾을수 없었다.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ㆍ28). 2004년 단관 개봉해 5만 관객이라는 작은 흥행신화를 일궜던 일본의 청춘 멜로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히로인이다. 영화 속 배역 이름 '조제'로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한 155㎝ 단구의 이 청춘스타는 서른에 기운 나이임에도 시간이 비켜간 듯 여전히 10대 소녀 같은 청초한 외모로 단아하고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국내에 단단한 팬층을 형성한 이케와키가 한국영화 '오이시맨'(감독 김정중)으로 스크린을 찾는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채 일본 홋카이도를 찾은 가수 현석(이민기)에게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하는 일본 여인 메구미 역할을 통해서다. 이케와키는 "여러 가지 슬픔을 겪었으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기보다 밝은 모습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춘 남녀의 열애보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무게를 둔 '오이시맨'은 가수 김C의 이야기를 밑그림 삼고 있다. 이케와키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 출연 제의를 받았고, 흔쾌히 수락했다. "잘 아는 사이인 김C의 경험에 살을 덧붙인 이야기라 사실감 있게 느껴졌다"는 게 이유. 그는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새처럼 날아오르려는 사람에 대한 이 영화가 꼭 제작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를 만난 서울 압구정동의 카페 이름이 '조제'일 정도로 국내 팬들에게 청춘 멜로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지만 그는 "딱히 멜로물에 애착을 갖지도, 많이 출연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 장르를 특별히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은 뒤 출연 여부를 판단할 뿐입니다." 그러나 멜로 배우라는 이미지를 한사코 부인하면서도 그는 "차기작은 아마도 연애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다섯 차례나 방문했음에도 관광을 해본적이 없어 한국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오면 식사 때마다 항상 따스한 국물을 먹을수 있고, 따스한 사람을 만날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오이시맨'은 언어도 문화도 다른 두 나라 사람이 짧은 시간을 통해 진정한 소통을 이루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한국 배우와 연기하며 서로에게 녹아드는 순간이 있었는데 한국 관객들도 이 영화를 통해 그런 교감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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