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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중소기업인의 아름다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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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중소기업인의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09.02.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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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 일구고 가꿔온 기업을 임직원들에게 넘겨주고 미련없이 퇴장한 중소기업인 얘기가 어제 한국일보 1면에 실렸다. "배가 있어야 강을 건너죠 하지만 배가 육지에 닿으면 그 배는 또 다른 사람의 몫이 돼야죠"라는 그의 철학과 "기업경영은 한시적인 것입니다.

끝까지 가지고 갈 이유가 없어요. 회사 덕분에 그 동안 입고 먹고 했으면 됐지요"는 퇴임의 변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가족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는 대목에서는 이 시대에 요구되는 기업인의 책임과 소명의식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44년 동안 침구업체 '님프만'을 키워온 김관두 회장이 직원들에게 내놓은 재산은 주식지분 48%(5만8,000주), 액수로 12억원을 웃돈다. 금액은 작아도 평생을 바쳐 정상까지 끌어올린 회사 전부다. 그러나 이를 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 회사로 시작했지만 회사가 커지면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유일한 박사(유한양행 창업자)의 말을 늘 되새기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열매만 생각하고 웃거름을 주기보다 뿌리를 튼튼히 하려고 밑거름을 줬던 게 지난 해부터 결실을 맺고 있다"며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동고동락해온 직원들이 회사를 더욱 발전시키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최고품질과 고객신뢰라는 회사의 가치를 결코 잃지 말 것을 주문했다. 고난의 시기를 견뎌내야 할 이 시대 기업인과 근로자 모두 경청해야 할 말이다.

김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 얘기를 듣다 보면 벤처 1세대인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가 8년 전 "부와 경영권은 대물림돼선 안 된다"며 임직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300억원대의 전 재산을 KAIST에 기증한 일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그는 고은의 시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인용하며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가족과 공동체 등 정말 중요한 것들을 소홀히 했다고 후회했다. 김 회장의 미담이 알려진 날, 한국 대표기업 주변의 씁쓰레한 얘기는 참으로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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