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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불황을 넘어서',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입력
2009.02.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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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넘어서/앨빈 토플러 지음ㆍ김원호 옮김/청림출판 발행ㆍ256쪽ㆍ1만4,800원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데이비드 스믹 지음ㆍ이영준 옮김/비즈니스맵 발행ㆍ408면ㆍ1만8,000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앨빈 토플러의 어투를 빌린다면, 지금은 "죽음의 징후일까, 탄생의 징후일까?"(207쪽) 미국발 금융위기로 파탄에 봉착한 세계를 두고 격론이 뜨겁다. 도저히 화해할 수 없다는 듯, 양자 간의 빛과 그늘은 선명하고도 깊다.

세계 경제대란을 다룬 무게있는 책이 동시에 나왔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경제발전 양상들 간의 엄청난 충돌에 대해, 미국의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스믹은 불균등한 현재의 세계에 또 다른 금융위기가 빚어질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펼친다.

토플러는 "글로벌 경제가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각국의 경제상황은 높은 판돈에 낮은 승률의 '글로벌 카지노'가 돼가고 있다"(51쪽)고 우선 전제한다. 제일 먼저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석유. 에너지 공급부족 사태에 가격상승이 겹치면서 무질서와 불확실성이 증폭, 지구라는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지적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일자리 박탈의 수순 뒤에 경제 대재앙이 올 수 있다는 예측이다.

토플러는 앞으로의 세계는 에코스패즘(ecospasm, 경제ㆍeconomy와 경련ㆍspasm의 합성어), 즉 발작적인 경제대란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래 쇼크> <제3의 물결> <권력 이동> <부의 미래> 등 미래학의 주제들 다뤄오던 토플러가 현실의 경제불황에 관해 본격적인 저작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그는 한국통이기도 하다. DJ정부 때 IT산업에 대한 자문에 응한 뒤, 지난해 11월 한국 국회에서 자신의 책 내용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던 그는 이번 책에서도 한국을 위한 조언을 빠트리지 않는다. 토플러는 "선진국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한 한국은 더 이상 벤치마킹할 모델이 없다"며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빨리 빨리' 문화를 긍정적으로 발휘할 시기"(216쪽)라고 당부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믹의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는 금융위기 이후의 불확실성에 초점을 둔다. 세계화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에 이어 상품과 서비스의 세계적 공급망 덕에 세계는 국가간 경계를 초월해 새로운 기회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던 책 <세계는 평평하다> (2006)를 패러디한 제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현실 변화를 직시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기 반 년 전, 저자 데이비드 스믹이 사람들에게 했던 연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심리학적인 집단효과에 취약하기 때문에 선진국 경제를 큰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고 했던 그의 예측은 이 책에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의 문제점, 계급투쟁과 글로벌 정치에 대한 분석 등으로 구체화돼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금융시장 막후의 현장을 독자 앞에 내민다. 헤지펀드 업계와 각국 수뇌부, 그린스펀과 버냉키, 유럽 중앙은행 등 금융 수뇌부가 위기를 모면하려 유령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미봉책으로 버텨가던 모습이 비판적 시각으로 재구성된다. 또 경제현실에 대한 분석과 함께 자유무역 옹호라는 면에서는 선배 격인 레이건을 능가했던 클린턴 등 정치권의 움직임을 경제적 변화 속에서 정리한다.

저자는 "현재 미국인들이 분노하는 것은 폐쇄적인 사회체계가 갈수록 고착화돼가고 있다는 인식 때문"(323쪽)이라고 지적한다. 혁명이라도 부추기는 듯한 날선 주장이지만 현장경험의 바탕에서 권력층의 일상을 마치 소설처럼 풀어내는 그의 필력은 대단하다.

토플러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공적자금 투입 등 과거의 틀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스믹은 "이제 경제는 국가나 관료가 아니라, 미래 시장에 대한 통찰력있는 정보를 요구하는 일반인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말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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