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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권 2년차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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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권 2년차 대통령

입력
2009.02.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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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차는 마(魔)의 변곡점이다. 흘러간 1년의 쓴맛, 매운맛을 거울삼아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상승하느냐, 아니면 하락하느냐가 달려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국정운영의 기조를 친위체제 강화를 통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으로 설정한 것 같다. 지난 1ㆍ19 개각에서 보여준 '차관 정치'와 'TK 부각'이 그렇고, 최근 대선 사조직의 청와대 초청과 국정원 개편, 이른바 친이계 인사들의 단합 과시형 모임도 그런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정의 추동력을 얻기 위해 지지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집권 2년차에는 흔히 정권의 명운이 좌우되는 만큼, 국정 방향을 올바로 설정했는지 늘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거의 예외 없이 집권 2년차 신드롬을 겪은 역대 대통령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집권 2년차를 되돌아보면 몇 가지 징크스들이 발견된다. 우선 재임 기간을 통틀어 가장 좋은 일과 가장 나쁜 일을 동시에 겪은 격변기였다는 사실이다.

보릿고개를 없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세계화 구상, 북방정책, 햇볕정책처럼 정권을 대표하는 치적들이 집권 2년차에 처음 공개되거나 가시화했다. 이와 동시에 6ㆍ25 전쟁, 아웅산 테러, KAL기 피격, 성수대교 붕괴, 탄핵사태 등 격동의 사건ㆍ사고들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여기에는 역사의 불가항력적 작용과 더불어 대통령의 권력의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 그에 따른 반작용과 사회심리적 혼란도 작용했을 것이다.

두 번째 징크스는 독선의 함정이다. 이 시기에는 역대 대통령들이 지나간 1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과 함께 "이번에는 기필코 성과를 내고야 말겠다"는 강박감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독선과 오만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칼국수 독재, 지역편중, 코드인사 시비가 불붙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세 번째 징크스는 '안티그룹'의 확대 현상이다. 묘하게도 역대 정부는 2년차에 어김없이 친위그룹을 강화하게 되고 그때마다 안티그룹도 커지는 '권력의 작용ㆍ 반작용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를테면 이재오 진영이 활동을 개시하면 필연적으로 박근혜 진영의 대응도 본격화하게 된다. 과거 김영삼ㆍ김대중 두 대통령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총재로 등극하며 친정체제 강화를 시도했던 것도 2년차 때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징크스를 깨고 초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친위부대로 삼아야 할 대상은 정치세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 마음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경제 대신 정치가 화두로 떠오르고 정치인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얻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엇갈린 부캐넌과 링컨, 후버와 루스벨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부캐넌과 후버 두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을 갖추었으나 자신의 능력과 과거의 성공신화에 젖어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이 대통령이 국민을 친위부대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화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제위기를 단기간에 타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핵심은 말이다. 전쟁, 대공황과 같은 국가위기를 극복한 위인들의 공통점은 심금을 울려주는 말의 힘이었다. 지치고 힘든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메시지야말로 집권 2년차를 맞는 이 대통령이 가장 고민해야 할 일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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