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성지휘자 2인 "우리도 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성지휘자 2인 "우리도 있다"

입력
2009.02.19 06:59
0 0

이달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 두 명의 한국인 여성 지휘자를 볼 수 있다. 서울시향의 '뉴웨이브 시리즈 1'(19일 오후 8시ㆍ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지휘할 성시연(33)씨, KBS교향악단 어린이음악회(28일 오후 2시, 4시30분ㆍKBS홀)의 지휘봉을 잡는 여자경(36)씨다. 남성이 대부분인 지휘자 세계에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성씨와 서울시향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 보스턴심포니 부지휘자인 그는 지난해 1월 서울시향을 지휘하면서 국내 무대에 데뷔했고 9월과 12월에도 서울시향을 지휘해 호평을 받았다. 2006년 게오르그 솔티 지휘 콩쿠르 우승에 이어 2007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하면서, 1885년 보스턴심포니 창단 이래 첫 여성 부지휘자로 발탁됐다.

그는 3월부터 예프게니 키신, 사라 장 등이 소속된 세계적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IMG의 아티스트로 활동한다. IMG 소속 지휘자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유리 테르미카노프, 샤를 뒤투아, 이반 피셔, 앙드레 프레빈,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등 쟁쟁한 지휘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여자경씨는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 5회 프로코피에프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5년마다 하는 이 대회 사상 최초의 여성 입상자다. 지난해 귀국해 코리안심포니, 대구시향, KBS교향악단을 지휘한 데 이어 올해는 이번 연주 외에 4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9월 대전시향 지휘가 잡혀있고 다른 여러 오케스트라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실 이들의 경력에서 '여성 최초'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요즘은 여성 지휘자가 많아졌다. 여씨는 "전에는 내 직업을 말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워낙 많아져서 여성 지휘자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라고 말한다.

주요 오케스트라에 여성 지휘자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 여성 지휘자로서 가장 먼저 탄탄한 입지를 굳힌 사람은 미국인 주디스 사머지. 뉴욕오페라에서 성공을 거두고 1982년 독일 프랑크푸르크 오페라의 수석지휘자가 됐으나 1988년 47세로 요절했다. 이후 여성 지휘자 세계의 개척자로는 조앤 팔레타(55ㆍ버지니아심포니 음악감독)와 마린 앨솝(53ㆍ볼티모어심포니 음악감독)이 꼽힌다.

여성 차별로 악명높은 빈필을 2005년 처음 지휘해 큰 화제가 됐던 사이먼 영(48ㆍ함부르크오페라 음악감독)도 대표적인 여성 지휘자다. 그는 임신 상태에서 70시간이 넘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완벽하게 지휘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가 여성 단원을 거부하고 여성이 포디엄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 미국오케스트라연맹 CEO 헨리 포겔은 "포디엄을 에워싸고 있던 성의 장벽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확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이먼 영이 여성으로서는 처음 빈필을 지휘했을 때, 연주 장소는 빈필의 메인 무대인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이 아닌 콘체르트하우스였다. 황금홀은 어린이음악회에 오는 아이들도 정장을 차려 입어야 하는 반면, 콘체르트하우스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와도 되는 곳이다. 빈필이 여성 지휘자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어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