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이재오 강재섭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이들의 공통분모는 금배지를 뗀 거물급 원외인사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요즘 정치 뉴스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10일의 한 장면.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가 주도하는 연구모임 ‘동행’의 창립식이 열렸다. 그 곳엔 현역의원만 40여명이 얼굴을 내밀었다.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등 해외파 원외의 입김은 더욱 세다. 이들이 한마디 하면 정치권은 들썩거린다. 특히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설은 민주당을 소용돌이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재보선을 언급하지 말라”고 당직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릴 정도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종종 정치권에 훈수를 둔다. 가히 ‘원외정치 시대’라 할만 하다.
갑자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는 저소득층에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등 사회운동에 전념, 재임 때보다 더 존경을 받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훈수를 두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도 대선에서 떨어진 뒤 환경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는 원외인사가 정당이나 의회에 입김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영국 일본 등 내각제 국가에서는 원외의 공간이 더욱 좁아진다.
과대하게 큰 원외정치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정치선진화를 운위하는 지금, 원외정치의 장막은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원외의 팔팔한 거물들을 원내로 진입시키든지, 아니면 그들의 영향력이 제어되는 정치구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광덕 정치부차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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