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라 해수면 상승, 기후와 생태계 변화 및 질병의 확산 등 갖가지 이상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바닷물의 팽창과 빙하의 해빙으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홍수와 가뭄의 빈도와 피해 규모도 크게 늘었다. 과거에는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차가운 해상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로 세력이 약해지거나 소멸됐으나, 이제는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온도가 에너지를 공급하여 그 세력이 오히려 강화된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5년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최근 20년간 강우양상도 1920년대에 비하여 강우일수는 14% 감소한 반면 강우량과 강우강도는 각각 7%와 18% 증가했다. 2003년 8월
태풍 루사로 인하여 강릉지역에 24시간 동안 내린 강우량 870mm는 500년 빈도 강우량 473mm의 거의 2배에 이르는 엄청난 폭우이다. 기존 강우기록을 이용해서는 예측조차 불가능한 수치다.
이 같은 강우량의 증가로 소양강댐의 여수로(餘水路) 설계홍수량은 637mm에서 1.3배인 810mm로 조정됐다. 이러한 문제는 소양강댐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모든 댐과 물 관련 구조물에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또 해수면 상승으로 해일과 파고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모든 해안 방조제를 높이고 키워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도 막대하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신재생 에너지 연구개발이 많은 나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100%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언제 어느 정도 대체될 것인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획기적인 감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그때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엄청날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소멸기간이 50~200년임을 고려하면,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은 조금도 지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은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하천단면 증대와 하천환경 개선이 중심이다.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항목은 빠져 있다. 하천의 주된 기능은 물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홍수량의 저류(貯留), 물을 가둬놓는 것은 부수적 기능이다.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소통 위주로 되어 있는 4대강 정비사업에 하천의 상류 유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저류 시설을 만드는 사업을 포함시켜야 한다. 저류 시설을 제외한 4대강 정비사업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4대강 정비사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하려면 정부의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이 홍수예방, 지구온난화 완화, 물 부족 해소, 수질개선 등 네 가지 효과가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하천정비만으로는 홍수 피해를 조금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물 부족은 주로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 유역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본류의 하천정비는 지류 유역의 물 부족을 해소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낙동강의 지류 유역인 남부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용수는 고사하고 식수조차 제대로 배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봄까지 계속될 것이고,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할 것이다. 눈앞에 닥친 물 부족 재앙을 막으려면 4대강 정비사업의 타당성을 논란할게 아니라 기본 틀을 다시 짜야한다.
윤태훈 한양대 명예교수 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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