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친이명박계가 '위기 속 결집'을 모색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맞은 이명박 정부 2년차의 성공을 위해 뭉치자는 분위기가 커지는 것이다. 친이계의 단합 모색 분위기가 내부 권력다툼 등으로 빚어진 묵은 갈등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친이계의 결속 움직임을 보여 주는 장면들은 잇따르고 있다. 친이재오계가 주축인 한나라당 내 의원 모임 '함께 내일로'의 8일 신년회에 이상득 의원이 참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2월 쟁점 법안 처리 등에서의 친이계 단합을 강조했다. 이 의원의 이날 참석은 상징성이 컸다.
정두언 의원이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도 의미가 있다. 지난해 6월 정 의원이 '권력사유화' 발언 이후 이상득 의원과 불편해졌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과도 소원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만남은 그런 긴장 관계를 다소나마 푸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국정 구상을 말하며 화합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의원이 9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이 전 의원의 귀국 후 행보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친이 결집의 필요성에 공감했을 거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 직계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이 10일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회동하는 등 최근 자주 만나는 것도 모두 같은 차원이다.
친이계가 이처럼 뭉치려고 하는 것은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 친이 핵심 의원은 12일 "지난해는 별 역할을 못했지만 이젠 이명박 정부 성공을 위해 대통령을 만든 세력이 적극 나설 때"라며 "큰 선거가 없는 올해가 국정 승패를 좌우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이를 테면 국정 주도 세력이 필요할 때이고 친이계가 단합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뭉치자"는 말도 이런 맥락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위기의식이 서로 불편한 경쟁구도에 있었던 이상득 이재오 정두언 세 사람이 다시 손을 잡게 만든 셈이다.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의원과 정 의원이 불편한 관계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가끔 만나 얘기도 한다"며 "속내야 전부 알 수 없지만 앙금은 털었다는 표현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의 결집이 완전하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살벌한 권력투쟁을 벌인 전례가 있는 만큼 아무일 없었듯이 하기란 쉽지 않다. 한 친이 의원은 "정치라는 것이 앙금이 있었다 회복되기도 하고, 서로 필요에 따라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금은 화합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권력의 속성상 급격한 정치 환경 변화가 온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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