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포장 납품을 하는 포스코의 자회사 삼정피엔에이는 2007년9월부터 근무시스템을 3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꿨다. 당시는 공장 자동화설비가 도입되면서 약 1,000명의 근로자 가운데 생산직 60~70명이 정리돼야 하는 상황. 노사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댄 결과 찾은 상생의 해법은 3개조를 4개조로 늘려, 근로자들이 서로 일자리를 나누는 '워크셰어링'. 일자리 나누기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유한킴벌리를 벤치마킹했다.
노사는 단일호봉제로 임금체계를 바꾸고 설,추석 명절에 지급되던 성과급을 정기상여금에 포함시켜 임금수준도 거의 100% 보전할 수 있었다. 3일 일하고 3일 쉬는 근무시스템 때문에 늘어난 휴일에는 사내교육에 매달 하루씩 학습일을 의무화하는 등 사내 교육에 활용했다. 사측은 수영 요가 사진 등 17개 코스의 평생학습과정 강좌를 마련했다.
1년뒤. 회사는 일자리 나누기의 성과를 점검해봤다. 퇴직 등 자연감소를 제외한 인력 감축은 제로(0). 직원들의 교육시간은 연 20시간에서 96시간으로 늘었고, 직원들이 취득한 국가자격증은 종전 104건보다 2배 이상 많은 240건에 달했다.
일자리를 서로 나누는 '잡 셰어링'이 확산되고 있다. 공장라인 가동을 줄여야 할 정도로 회사가 어려워도 휴가, 휴직 등으로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임직원이 임금을 낮춰 고용을 유지하는 '일자리나누기(잡 셰어링)'가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 위기에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잡 셰어링은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충북 청주에 있는 자동차 고무패킹 제조사 쿠퍼스탠다드 오토모티브코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격주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모든 직원들이 일주일 휴가를 간다. 11월 매출이 평상시의 절반(20억원)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불황의 한파가 닥치면서 시작된 휴가다. 격주로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가를 실시하는 대신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는 방식이다.
직원이나 임원들이 임금을 덜 받고 청년인턴을 채용하는 곳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임원의 기본 연봉을 40% 삭감하는 대신 대졸인턴 60명을 채용하기로 했고, 수출보험공사는 팀장 이상급 임직원이 성과급을 반납해 대졸인턴을 뽑았다.
휴업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방식으로 인력을 유지하고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간 회사는 작년 11월 380개에서 12월 467개, 올 1월 1,327개로 급증했다.
그러나 잡 셰어링이 바람직한 일자리 나누기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진행되는 잡 셰어링은 해고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임금을 덜 받더라도 일자리를 지키는'초보적 일자리 나누기라는 평.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박사는 "잡셰어링은 단순히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을 포함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임금 절감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윤 증가를 이끌어내 추가적인 고용 창출의 여력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사의 대타협 등 신뢰의 노사관계가 뒷받침돼야 하고 직업 훈련과 같은 직장 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도 동반돼야 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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