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투철하고 일 잘하던 아까운 공무원을 잃었습니다."
경남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의 안전요원으로 투입됐다가 숨진 창녕군청 환경과 직원 윤순달(35ㆍ여)씨의 동료들은 11일 주인 잃은 책상 위에 국화꽃을 놓으며 눈물을 훔쳤다.
윤씨는 당초 행사에 차출된 안전요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결혼을 앞둔 동료직원을 배려해 대신 근무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청 청원경찰인 남편 박하영(42)씨를 비롯한 윤씨 가족들은 10일까지도 화왕산 정상 부근 참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관 등 700여명이 동원돼 벌인 수색 작업에 종일 참여하며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새벽 DNA 분석을 통해 윤씨의 사망 사실이 확인되자 넋을 잃었다. 창녕 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지키던 박씨는 종일 입을 굳게 닫은 채 눈물만 떨궜다.
윤씨와 함께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다 화상을 입은 같은 과 동료 이진규(43)씨는 "배바위 인근 방화선 밖에 배치돼 있었는데 갑자기 불길이 덮쳤다"면서 "윤씨는 책임감이 투철하고 성격도 활달해 동료들과 관계가 좋았다"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동료는 "초등학교 4학년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두 아들은 아직 엄마를 잃은 것도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환경과에서 하천 정화사업과 폐수배출시설 허가 및 지도 업무를 맡았던 윤씨는 능력과 열정을 인정 받아 환경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신원이 확인된 김길자(66ㆍ여)씨의 남편 송청복(66)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3년 전 퇴직한 뒤 공인중계사 미용사 등 6개 자격증을 딸 만큼 열성적으로 살았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노임(42ㆍ여)씨는 고등학생 두 딸의 건강과 학업 성취를 기원하러 전남 광양에서 왔다가 화를 당했고, 남편 정성일(52)씨도 중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치료를 받고 있다.
김충식 창녕군수는 이날 "화왕산 참사와 관련한 조례안을 마련,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에는 사망자 보상금과 부상자 치료비를 예비비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왕산 참사를 수사중인 창녕경찰서는 이날 희생자 대부분이 방화선 바깥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억새 불길이 방화선을 넘어 희생자를 덮쳐 참사로 이어졌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김 군수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사망자 대부분이 역풍으로 갑자기 덮친 불길을 피하기 위해 방화선 안쪽으로 뛰어들었다"고 설명한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선 구축을 비롯한 등산객 보호 조치가 제대로 취해졌느냐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군수는 이번 사고가 안전조치 미흡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에 대해 "폭 30~50m의 방화선을 구축하고 산 정상에만 275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으나 갑작스런 돌풍과 역풍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불가항력의 사고'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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