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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보디빌딩을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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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보디빌딩을 말할 때

입력
2009.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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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를 감명 있게 읽었다. 그래서 오늘 나도 내 건강법을 소개할 용기를 얻었다.

무라카미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로 혜성처럼 등단했다. 그 뒤 <태엽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등 11권의 장편소설과 15권의 단편소설 등 베스트셀러를 쏟아내어 동양에서는 보기 드물게 경이적으로 정력적인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즐기는 운동은 달리기다. 가혹한 육체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을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서 지구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달리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얘기다.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은 나는 체력관리를 위해 초보단계이기는 하지만 보디빌딩을 꾸준히 해왔다. 보디빌딩을 하게 된 동기는 20대 중반에 미국에 유학을 가면서다. 낯선 이국 땅에서 친하게 된 미국 친구가 보디빌딩을 좋아해서 덩달아 같이 운동 하게 되었다. 함께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고 영어공부도 할 수 있어 일석삼조였다.

어떤 운동이 비슷하겠지만, 보디빌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 매일 같은 운동을 하기 보다는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방식과 순서, 운동기구의 종류와 무게 등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근육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져 근육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매일 같은 무게를 들기보다 조금씩 무게를 늘리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말은 쉽지만 이것은 굉장히 힘들고 어떨 때는 다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보디빌딩을 하는 데 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식사관리다. 음식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근육이 감소되고 몸의 저항력도 저하된다. 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 비율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지방섭취는 가급적 삼가고 집에서는 식용유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단백질이 풍부한 달걀을 섭취 할 때는 프라이팬과 식용유를 사용하는 대신 유리그릇에 달걀을 풀어서 전자레인지로 익혀 먹는다.

또한 운동 자체를 즐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많은 운동 중에서 보디빌딩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쁜 일정에서나 여행 중에도 혼자서 할 수 있고, 운동 중 사색을 할 수 있고, 즐기는 음악도 마음껏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휘트니스 센터는 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TV도 볼 수 있어 좋다. 나에게는 거의 하루 중 유일하게 TV를 시청할 수 있는 기회다.

마지막으로 내가 보디빌딩을 즐기는 이유는 보디빌딩이 내가 하는 연구와 유사성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운동과 연구는 둘 다 지구력을 요구한다. 또한 끊임없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어찌 보면 자기수양의 기회도 되고 꾸준히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매일 오후 4시에 산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웃 사람들은 그가 오후에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시간을 알 정도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했다고 한다. 이러한 철저한 건강관리 습관 때문에 150cm의 키와 50kg의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80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나는 사실 15년이 넘도록 운동을 해왔지만 매일 저녁 지칠 때는 운동을 안 해도 되는 '정당한 이유'를 찾느라 애쓰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면 온갖 간사한 궁리를 떨치고 운동하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사람은 정말 간사한가 보다.

손훈 한국과학기술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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