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아 그동안 힘들었지. 내가 너를 지켜줄게. 사랑해 숭례문아. –민주가'
숭례문이 불탄 지 꼭 1년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숭례문 입구 벽면에는 국보 1호가 화마(火魔)의 상처를 씻고 웅장한 자태를 다시 드러낼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국민들의 염원이 색색의 메모지 수 백 장에 담겨 나부끼고 있었다.
이날 숭례문에는 빗방울이 듣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5m 높이 가림막 안 복구 현장을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8~11월 주말에 인터넷 신청자에 한해 현장을 공개했지만, 이날처럼 방문객 모두를 받아들인 전면 공개는 처음이다.
오전 11시 개방을 앞두고 인도에 두 줄로 늘어선 방문객 행렬은 금세 서울역 근처까지 길게 장사진을 쳤다. 문화재청은 당초 40명씩 차례로 입장시켜 20분간 관람하도록 했으나,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30분만에 자유 입장을 허용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 베레모 쓴 노인, 방학을 맞은 청소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5,800여명의 관람객들은 숯덩이로 변한 공포결구체(2층 문루를 받치던 기둥), 그을음이 덮인 채 여전히 탄내는 풍기는 홍예문 등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조선 후기 도로면과 배수시설 터 등도 눈길을 끌었다.
전북 부안에서 첫새벽에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는 신순철(76)씨는 "조상들의 혼이 담긴 숭례문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새로 만들어도 그만하겠느냐"고 혀를 찼다.
비를 맞으며 40여분을 기다려 입장했다는 이선호(17ㆍ서울 전자고2)군은 "예전에는 숭례문을 지나치면서도 눈길을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 불타기 전 미리 와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많이 후회했다"면서 "윗부분이 다 탄 걸 직접 보니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김명수(13ㆍ보인중1)군은 "아침 뉴스에서 현장을 공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와 함께 한걸음에 달려왔다"면서 "나중에 복원되면 더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화재 전날 숭례문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아 주목 받았던 이옥화(56ㆍ여)씨도 수동 카메라를 들고 와 현장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씨는 "숭례문 소실 이후 주말마다 문화재 해설 봉사를 하며 수 십번 숭례문을 봤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숭례문 복구현장 옆에서는 '민족혼 뿌리내리기 시민연합'이 숭례문 복원 성공 기원제를 열었다. 기원제는 현장이 공개된 오전 11시부터 성균관 석전대제(문묘에서 공자에게 지내는 제사) 이수자들이 제관으로 참여한 가운데 조선시대 의례를 따라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시민연합은 '국민참여 기원문' 작성 행사에서 받은 1,000여명의 서명을 문화재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숭례문 복구 사업은 2012년까지 5년에 걸쳐 3단계로 진행된다. 지난해 5월 현장 수습 등 1단계가 마무리됐고, 현재 고증 및 발굴조사와 설계 등 2단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설계가 완성되면 내년 1월부터 3년간 3단계 본 공사가 진행된다. 복구 사업에 드는 총 예산은 250억원이다.
복구의 방향은 단순히 화재 이전 형태로의 복구가 아니라, 일제 등에 의해 왜곡된 부분까지 바로잡는 쪽으로 정해졌다. 일제가 황태자 행렬을 위해 없애버린 문루 좌우측 성곽을 복원하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훼손된 육축(목재를 받치는 석재) 부분도 보수한다.
숭례문 현판도 한국전쟁 후 보수 과정에서 글자체가 수정된 사실이 확인돼 다시 조선시대 탁본에 맞춰 복원하고 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설계를 완성하기까지 수습 부재의 재활용 범위, 육축 해체 여부, 좌우 성곽 복원방법, 첨단 방재시스템 적용 방안 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참담한 모습의 숭례문 앞에서 부끄러움과 회한을 금할 수 없지만 더 당당하고 웅장한 모습의 숭례문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숭례문 복구 현장은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천장과 외곽에 덧씌우는 가설 덧집이 완성되는 4월부터 다시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문화재 지킴이들의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주말마다 일반인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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