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전국 관객 30만명을 돌파했다. '워낭소리' 투자배급사인 인디스토리는 "'워낭소리' 누적 관객 수가 8일 30만5,121명에 달했다"고 10일 밝혔다.
30만 관객은 국내 독립영화 흥행 최고 기록인 '원스'(2007)의 22만명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영화계에서는 '워낭소리'가 '국민 다큐'로 자리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100만 관객 달성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흥행 불모지라는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중ㆍ장년층 중심의 새로운 영화 관람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관객
여든에 가까운 농부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 이들과 30년을 함께 한 소의 이야기를 담은 '워낭소리'의 시작은 미약했다. 당초 TV용으로 만들었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영화 개봉으로 방향을 튼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비는 1억원에 불과하다. 개봉관 수와 관객 수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1월 15일 전국 7개 관에서 개봉해 1,138명이 관람했다.
흥행 군불은 관객들이 지폈다. "꾸밈없고 신선하다" "할아버지와 소의 30년 우정이 감동적이다" "우리네 아버지의 삶을 보는 듯해 눈물이 앞선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개봉 1주일 만에 상영관 수가 18개로 늘었으며 지난 8일에는 70개 극장에 걸렸다. 인디스토리 관계자는 "관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이번 주말에는 상영관이 100개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객 수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개봉 2주 만에 5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20일째 10만 관객을 돌파했고, 24일 만에 20만, 25일 만에 30만 관객 고지에 각각 올랐다. 8일 하루에만 7만120명이 관람하는 기염을 토했다.
'워낭소리'의 돌풍을 이끄는 것은 중ㆍ장년층의 힘이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가 1월 26일~2월 1일 연령대별 관객 예매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 영화 예매자의 65.2%가 3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영화에서 30대 이상이 차지하는 예매비율 평균 55.3%보다 9.9% 높은 수치다. CGV 홍보팀 윤여진씨는 "중ㆍ장년층 관객이 많다 보니 이례적으로 평일 낮에도 거의 매진"이라며 "머리가 희끗하신 노인분들도 극장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중ㆍ장년층이 만들어낸 '국민 다큐'
이들은 개봉 초기 예술영화상영관에 국한됐던 '워낭소리'의 멀티플렉스 확대 상영까지 이끌어 냈다. '워낭소리' 제작자인 고영재 프로듀서는 "지나치게 날카롭거나 가벼운 한국영화에 지친 관객들이 '워낭소리'의 소박함과 소탈함에 호감을 갖는 듯하다"며 "관객들의 상영 요청이 빗발치다 보니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ㆍ장년층이 부모님을 모시고 '워낭소리'를 관람하는 풍경도 뚜렷한 경향이다. 직장인 김동현(36)씨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나 많이 울었다"며 "아버지도 좋아하실 듯해 따로 표를 예매해 드렸다"고 말했다. 직장인 라혜수(42)씨는 "작위적인 상업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받았다"며 "60대 후반인 어머니가 보고 싶어하셔서 표를 예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멀티플렉스가 생겨나면서 오히려 '좋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욕구를 수용할 공간이 사라졌다"며 "관객들의 능동적 관람 욕구로 인해 독립영화가 대중과도 접점을 찾을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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