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국회의원은 어느 당 소속이지?"
요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돌린 의정보고서를 펼쳐 든 국민들은 이런 질문을 던질 법하다. 의정보고서 표지에 소속 정당 이름을 표기하지 않은 의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의원들이 의정보고서에 자신의 이름과 당명 모두를 큼직한 활자체로 소개했다.
하지만 본보가 이번 연말연초에 배포된 의정보고서 160건을 분석한 결과, 1면 표지에 정당 로고 또는 당명을 굵은 활자체로 표기하지 않은 의원은 총 45명에 달했다. 무소속을 제외한 155명 가운데 당명을 빠뜨린 의원은 40명으로 전체의 26% 가량 됐다.
한나라당의 경우 정두언 윤영 이병석 조전혁 의원 등 21명에 달했다. 정두언 의원은 1면에 당명을 쓰지 않는 대신, 자신이 연탄을 나르는 사진을 게재하고 '나라가 어려울 때 다시 힘을 합칩시다'란 문구를 넣었다. 윤영 의원은 표지에 당 이름을 표기하지 않고 '위대한 거제 창조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라고 썼다.
물론 이들은 보고서 중간이나 뒷면에 어느 당 의원이라는 사실을 작은 글씨로 소개했다. 정 의원과 윤 의원 측은 "의도적으로 당명을 뺀 것은 아니다"면서 "디자인 과정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에서 표지에 당명을 표기하지 않은 의원은 최철국 이용삼 김춘진 김우남 의원 등 13명이었다. 지역구가 김해을인 최철국 의원은 1면에 당명을 쓰지 않은 채 '능력 보고 사람 보고 최철국 찍었다' 등의 글을 실었다. 최 의원 측은 "소속 정당의 이름이 종종 바뀌다 보니 편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명이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의원들은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나름의 판단에 따라 당명을 뺀 의원들이 적지 않다. 당보다는 의원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지역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국회 폭력 사태로 인해 여야 모두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가 아주 낮을 때도 당명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정당정치에서는 의원들이 자신의 이름과 당명 등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사무처가 발행하는 <국회보> (2월호) 관계자가 의정보고서 160건을 분석한 결과, 보고서 1면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첫째 '희망', 둘째 '실천'이었다. 의원 30여명은 자신의 이름이나 지역구 앞에 '희망의 ○○○'라는 제목을 사용했다. 국회보>
이를 두고 국회 관계자는 "여야 간 싸움을 하기보다는 희망을 꿈꾸며 실천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촌평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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