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참여 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하는 특별한 이름을 짓지 않았다. 아마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나 보다. 뭐 그런 이름을 억지로 붙이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정부는 매우 뚜렷한 특징이 있어서 내가 이름을 하나 붙여주고 싶다. '기득권 정부'다.
모든 정책 기득권층 영합
이 정부가 내세우는 모든 주요 정책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경제 정책으로 내세우는 민영화, 금산분리 완화, 법인세 인하, 재벌의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은 모두 재벌이 원하는 정책들이다. 그들에게 돈과 힘을 더더욱 많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립형사립고 100곳과 국제중학교 설립, 영어교육 강화, 대학입시 자율화 등의 교육정책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들이다. 재주껏 과외를 받고 사립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본고사를 보는 '스카이' 대학에 입학하라는 것이다. 이런 교육정책은 한 마디로 '사교육 진흥책'이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수록 돈 많은 사람들이 유리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정부에 환호한다. 또 그래서 강남 사람들이 공정택 교육감에게 몰표를 주었다.
부동산 값이 겨우 잡히는 듯하자 정부는 건설 경기를 되살린다며 여러 규제를 풀고 있다. 다시 부동산 값이 꿈틀거린다. 여기서 이익 보는 사람이 집 없는 서민일 리가 없다. 누가 이익 볼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독자를 깔보는 일이므로. 이 정부는 강남 사람들의 아우성에 못 이겨(아니면 앞장서서?) 종부세도 많이 깎아주었다.
여러 언론매체를 통합하는 미디어통합법도 돈 많고 힘 센 재벌 언론사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 시장 규제가 풀리면 거대 언론 재벌들이 활개 치게 된다. 방송을 민영화하고 신문 재벌이 소유할 수 있게 만들어야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한다. 언론이 언론 같지 않게 될 터인데,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돈 벌기로 경쟁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언론 재벌의 거대화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서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겠다고 한다. 지방 사람들이 떠들어봐야 힘 빠진 하소연일 뿐이다. 수도권의 힘은 점점 거대해져서 이제 지방 균형발전이란 말은 권력 투쟁에서 졌을 뿐 아니라 그나마 옛날에 가지던 도덕적 힘마저 잃었다. 수도권으로 집중해야 국가 경쟁력이 커진단다. 그 말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더 분명한 사실은 그래야 수도권 기득권이 더 확실히 커진다는 점이다.
비기득권·비주류 세력이 집권한 동안 역사 해석이 참 빨개졌나 보다. 정부 출범 뒤 교과부는 서둘러 근ㆍ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라고 엄포를 놓았고 실현에 성공했다. 기득권층의 과거 친일 행각과 독재 행각을 들추어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취지다. 좋은 뜻이다. 그러나 친일과 사대, 독재 행각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 모두 기득권층의 이익에 봉사하기 때문에 정부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과거 정부가 이룬 남북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사회에서 대화ㆍ 교류의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남북 화해와 통일 여건 조성에 역행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기득권층의 정서적인 북한 혐오를 그대로 반영했다.
얻고 잃은 것 잘 살피길
그들의 정서적인 만족 말고 북한과 대결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일까? 아무 것도 없다. 잃은 것만 많다. 하지만 기득권층에게는 그런 정서적인 만족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복지 환경 문화 등등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저리 가라, 오로지 경제 살리기와 북한 혼 내기다. 그런데 과연 경제는 살고 북한은 혼이 났는가? 오히려 우리가 혼이 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득권 정부의 끝이 무엇일지 매우 궁금하다.
김영명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