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긴 장벽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도 아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도 아니다. 인도가 방글라데시와의 국경 4,000㎞ 전체를 높이 3m 이상의 철책 선으로 완전히 둘러싸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전했다. 10억 달러가 넘는 돈이 투입된 이 공사는 현재 3분의 2 정도 진척됐고 완성되면 남북한 휴전선보다 16배나 긴 ‘만리철선’이 탄생하게 된다.
인도는 1971년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방글라데시를 지원하며 한때 400만명의 방글라데시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주민이 1,000만명까지 늘어나자 인도인들의 반발이 생겼고 국경분쟁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인도 정부는 불법이민 차단을 철책선 건설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방글라데시와 접한 아삼주는 방글라데시 무슬림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몰려들면서 현재 주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무슬림의 급증은 이슬람포비아(이슬람을 증오하는 현상)와 분리주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델리정책그룹 연구원 라가반은 “아삼 주민들은 점점 소수민족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 테러단체 유입 차단도 장벽 설치의 주된 이유다. 지난해 10월 아삼주에서는 연쇄 폭발 테러가 발생해 60여명이 숨졌는데 인도 정부는 뭄바이 폭탄테러를 주도했던 이슬람 과격단체와 연계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밀수 차단도 기대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인도국경수비대(BSF)는 지난해 소 7만 마리를 적발했는데, 이는 인도에서 방글라데시로 유입되는 밀수품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와 달리, 방글라데시는 쇠고기를 즐기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요가 있어 밀수 근절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장벽이 설치된다고 해서 불법이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05년 1만명이 국경을 넘다 체포됐지만 장벽 설치가 강화된 지난해에도 4,900여명이 BSF에 적발됐다. 지난해 월경하다 숨진 방글라데시인도 62명에 이른다. 방글라데시 인권단체 ‘오디카’의 대표 아딜러 칸은 “장벽 설치는 베를린 장벽을 다시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심리적 안정만 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국가가 불법이민과 밀수 등을 막기 위한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경지역 개발과 세금수입을 늘리기 위해 소 무역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인도 정치인들은 “소를 도살하고 수출하는 일에 누가 찬성하겠는가. 그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강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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