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63)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당초 약속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제시한 ‘무보수 총재직’을 수락했다. 유 이사장은 이르면 10일 KBO로부터 공식적으로 추천을 받게 되며, 오는 15일 이전에 구단주 총회의 의결을 거쳐 제17대 KBO 총재에 오르게 된다. KBO 총재의 연봉은 1억8,000만원, 판공비는 월 1,000만원 가량 된다.
유 이사장 측은 9일 “이사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총재직 추천을 수락하겠다”며 “이사회에서 결의한 ‘무보수 총재’에 전적으로 찬성하며, KBO를 통해 야구발전에 관한 구체적인 비전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8개 구단 사장들은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유 이사장을 만장일치로 새 총재로 추천했다.
이사회의 임시의장을 맡은 신영철 SK 사장은 “지난번 추천과 사퇴는 공식적인 게 아니었던 만큼 공식 추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제한 뒤 “현실적으로 총재를 하실 만한 구단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유 이사장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판단했다. 업무수행과 관련된 비용(판공비)을 제외하고 연봉은 없는, 무보수로 일할 분이어야 한다는 게 새 총재의 전제 조건이었다. 유 이사장이 이사회에서 제시한 조건, 비전 등을 수락한다면 총회 등을 거쳐 총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번째 민선총재시대 개막
유 이사장이 이사회의 추천을 수락하기로 함에 따라 KBO는 1982년 출범 후 두 번째로 민선총재시대를 맞게 됐다. 역대 10명의 총재 가운데 12~14대(98년 12월8~2005년 12월11일) 총재를 지낸 박용오 총재를 제외한 9명 모두 정관계 인사였다.
정관계 출신 낙하산 인사들은 대체로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컸다. 일부는 입각 등으로 조기 퇴진했고, 일부는 각종 비리 연루 또는 의혹을 받아 사퇴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지낸 박 전 총재는 재임기간 만 7년으로 역대 최장수 총재였다.
명지학원 이사장을 거쳐 97년부터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 이사장은 교육자이자 ‘준 야구인’이다. 신상우 전 총재가 사퇴한 이후 KBO 이사회에서 곧바로 유 이사장을 추천했던 것도 낙하산 인사의 폐단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통합과 탕평인사
산더미 같은 숙제가 한국야구의 새 수장이 될 유 이사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통합과 탕평인사다. 전임 총재 때 한국야구는 특정고교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분파주의가 심화됐다. 친소관계에 따른 인사도 도를 넘었다. 유 이사장은 통합과 탕평인사로 야구계의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한국야구의 최고 기구인 KBO의 위상도 바로 세워야 한다. 지난해 현대 유니콘스 매각 실패로 KBO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구단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한 KBO는 총재와 총장이 연봉을 자진 삭감하고 연간 100억원에 이르는 방송중계료도 구단들에 돌려줬지만 한번 추락한 위상은 회복되지 못했다.
총재가 중심을 바로잡고 야구계를 이끄는 것만이 KBO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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