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남 창녕군 창녕읍 화왕산. 등산로를 따라 1시간쯤 올라 화왕산성 동문을 넘자 매캐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전날 정월대보름 억새태우기 행사 도중 4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친 참사 현장이 가까워진 것이다.
억새밭이 있던 정상 부근, 온통 시커먼 검댕을 뒤집어쓴 18만㎡의 평원에는 여기저기 희뿌연 연기가 피어 올랐다. 9일 밤 늦게 가까스로 잡혔던 불길이 이날 새벽 다시 발화한 것이다.
이날도 산림청 헬기 4대가 동원돼 잔불을 끄는 사이, 경찰과 소방공무원 등 800여명이 투입돼 수색 작업을 펼쳤으나 추가 희생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참사 현장에는 주인 잃은 카메라와 등산 지팡이, 등산객들이 먹다 남은 사과와 귤, 김밥 등이 시커멓게 그을린 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화마(火魔)가 인파를 덮치자 살 길을 찾아 이리저리 뛰다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특히 인명사고가 집중된 화왕산 남쪽 배바위 능선에서는 카메라 7대, 카메라 삼각대 3개 등 고가의 유류품이 대거 수거됐다. 달집태우기 행사본부와 산 정상으로 번지는 억새불기둥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어서 사진 애호가들이 포진했던 지점이기 때문이다.
4명이 숨진 이곳은 억새평원과 관람객 사이를 갈라놓은 방화선에서 6~7m 가량 떨어졌지만, 돌풍에 편승한 거대한 불기둥의 위력을 피하지 못했다.
불길에 휩싸였다 얼굴에 화상을 입고 천신만고끝에 목숨을 건진 김모(53ㆍ창원시 중앙동)씨는 "바싹 마른 갈대밭에 붙은 불이 돌풍이 부는 순간 날아다니듯 순식간에 인파를 덮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창녕군은 관람객 안전을 위해 폭 30~50m의 방화선을 구축했다고 밝혔으나, 경찰 조사 결과 2~3m에 불과한 곳도 있을 정도로 위치에 따라 방화선 폭이 들쭉날쭉 했다.
수시로 바뀌는 산 정상부의 풍향에 대비한 안전조치도 소홀했다. 그러나 방화선 폭과 안전요원 배치 인원 안전성 적정여부에 대한 법률적 규정이 없어 책임자의 과실 규명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창녕군은 행사 준비 과정에서 지난달 삼성화재에 보험을 들었으나, 보상금 규모가 사망시 최고 1억원(한도 3억원), 부상자 200만원(한도 1,000만원)에 불과해 사상자에 대한 보상을 둘러싼 진통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사망자 지문채취를 통해 김모(67ㆍ여)씨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또 창녕군 공무원을 상대로 안전요원 배치를 비롯한 안전조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김충식 창녕군수는 이날 올해를 끝으로 억새태우기 행사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동렬 기자
정창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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