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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총사퇴 민노총 어디로 가나/ 강·온파 힘겨루기에 정상화까지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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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총사퇴 민노총 어디로 가나/ 강·온파 힘겨루기에 정상화까지 '산넘어 산'

입력
2009.02.1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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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전국민주노조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가 노조 간부 성폭력 파문의 책임을 지고 9일 총사퇴했다. 5일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조치다.

당초 파문이 불거졌을 때만해도 민노총은 이를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며 "지도부 총사퇴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사건 은폐ㆍ축소 의혹 등이 연달아 제기되고 도덕적 불감증을 질타하는 비난 여론이 폭증하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위원장 5명이 이미 사퇴해 더 이상 지도부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도부 총사퇴로 성폭력 파문은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 들었지만 민노총 앞에는 더 큰 험로가 놓여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노총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사태 수습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4월 위원장 보궐선거 때까지 조직을 추스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위원회도 다시 꾸려 이번 파문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계파 갈등'이라는 구조적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어떤 대책도 민노총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지도부의 분열은 비대위 체제가 강경파와 온건파간 힘겨루기의 장이 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총사퇴 전 개별 사퇴한 일부 지도부는 이 위원장의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하며 국민파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진상조사위의 활동 방향에서도 이 같은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진영옥 부위원장은 "80만 민노총 전체 조합원을 2차 가해자로 내몬 당사자를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을 넘어 현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세력에 의한 사건 외부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역대 비대위 구성 전례를 보면 민노총은 지도부 총사퇴 이후 뚜렷하게 강성 기류로 돌아섰다. 정리해고 법제화(1998년), 발전노조 파업과 관련한 노-정 합의안(2002년) 등 정책 이슈로 불거진 총사퇴 국면에서 비대위는 강경 투쟁으로 선회해 정부와의 긴장 수위를 더욱 높였다.

특히 성추문이란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하면 강도높은 조직혁신 대책과 정부와의 확실한 선긋기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위는 위원장 선거를 위한 한시적인 체제라는 점에서 어떤 계파가 주도권을 잡건 간에 조직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투쟁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직내 주도권 싸움이 표면화할 경우 산적한 노동 현안들에 대한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이달 안에 사용기간 연장을 뼈대로 한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나누기 확산, 노사민정 대책회의 구성 등 민노총을 배제한 각종 정책들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민노총도 고강도 투쟁방침을 세워 놓고, 14일 비정규직노동자대회 개최를 시작으로 산별ㆍ지역별 집중 투쟁, 상경투쟁 등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노총의 노선경쟁이 격화하고 그로 인한 지도력 공백이 길어진다면 주요 쟁점 현안들은 사실상 정부 의도대로 추진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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