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눈앞에서 무너진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그 날 우리 국민은 '문화 민족'이라는 자존심까지 함께 무너져 내리는 참담함을 맛보았다. 화재 후 곧바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목소리와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일어난 것은 그것이 그나마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조상과 후손들에게 사죄하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숭례문 참사는 국민들에게 문화재 보호의 중요성과 문화재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 정부와 지방차치단체도 문화재 관리와 보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문화재청은 올해 문화재 방재예산을 지난해의 2배인 359억원으로 늘렸다. 최근에는 전국 주요 목조문화재에 대한 안전 점검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 문화재 관리예산을 당초 1억8,000만원보다 23배 많은 41억5,200만원으로 늘렸다. 화재 1주년을 앞둔 8일 서울시가 발표한 문화재 종합안전관리대책을 보면 올해에도 61억5,600만원을 들여 주요 문화재에 감시장비와 소화장비를 늘리고, 86명의 경비인력을 배치해 24시간 상시 감시체제를 가동한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숭례문이 불타면서 우리에게 가르쳐 준 소중한 교훈이다. 이런 변화와 관심이 일회성, 전시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 꾸준히 내실 있는 관리시스템을 유지ㆍ발전시켜야 한다. 숭례문 화재에서 보듯, 단순한 유물이 아닌 우리의 얼과 역사와 정신, 귀중한 관광 콘텐츠가 한 순간의 방심으로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원은 빌딩 짓듯 '속도전'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새 숭례문은 앞으로 천년을 가는 유물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화재청이 5년이라는 긴 기간을 잡은 것은 당연하다. 지난 1년 피해상황 파악과 화재현장의 부재 수습, 복원 계획 수립을 마쳤고, 올해 발굴 조사와 고증 설계에 이어 내년부터 본격 공사를 시작한다. 일제가 훼손한 문루 좌우 성곽 일부까지 복원한다고 하니, 2012년 12월에 더 웅장하고 아름다운 옛모습으로 재탄생할 숭례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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