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신지애 베팅'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일 프로골퍼 신지애(21)와 향후 5년간 최대 75억원(1년 계약금 10억원+인센티브 최대 5억원)을 후원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신 신 선수는 5년 동안 모자와 가슴, 왼쪽 어깨에 미래에셋 이미지(CI)를 새기고 같은 글귀가 있는 우산을 들게 된다.
하지만 이 계약을 두고 뒷말이 많다. 우선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마당에 골프선수 1명에게 100억원 가까운 돈을 쓴다는 게 적절한 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더구나 미래에셋은 야구장 전광판 광고 말고는 스포츠 마케팅이 처음이다.
박 회장도 이런 점 때문에 당초 후원 계약을 망설였다고 한다. 이철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부문 대표는 "1월 초 신 선수 측으로부터 계약 제안을 받고 보고 드렸더니, (수익률 급락으로) 투자자들 반발이 거센데 괜찮겠느냐고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외 마케팅이 절실한 시점이고 신 선수가 제격이라는 임원진의 설득을 박 회장이 뒤늦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사실 박 회장과 신 선수는 해외 진출에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미래에셋은 해외에서 펀드를 직접 판매하고 운용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룩셈부르크에 역외 펀드를 설정했고, 특히 미주 지역 진출을 위해 지난해 8월과 9월 뉴욕과 브라질 상파울루에 법인을 차렸다. 신 선수 역시 올해 미 여자프로골퍼협회(LPGA) 대회를 통해 해외 무대 석권에 나선다.
이 대표는 "언론 매체를 통한 직접 광고에 몇 달간 수십 억원 이상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신 선수 후원이 비용 대비 광고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얼굴이 알려진 국내 스포츠 스타가 몇 안 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LPGA에서 3승을 거둔 신 선수에게 연간 15억원 후원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박 회장과 신 선수 모두 자수성가 했다는 점도 후원 계약을 맺는데 영향을 미쳤다.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의고 소녀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구김살 없이 자라온 신 선수와 맨 손으로 금융계의 성공 신화를 일궈 낸 박 회장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승부수는 이제 신 선수의 손에 달렸다. 만일 신 선수가 부진에 빠진다면 미래에셋은 '펀드 수익률도 나쁘면서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는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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