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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현직 대통령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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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현직 대통령 '빅매치'

입력
2009.02.1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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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모하마드 하타미(65) 전 이란 대통령이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6월 치러지는 이란 대선이 개혁과 보수의 상징인 전ㆍ현직 대통령의 ‘빅 매치’로 치러지게 됐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양국 화해를 주도할 인물로 꼽혀 이란 대선 결과가 대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타미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의 운명을 걱정하기 때문에 침묵을 지킬 수 없었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성직자 출신이면서도 온건 개혁 노선을 표방한 하타미는 1997년과 2001년 대선에서 보수파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연거푸 당선돼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보수파가 장악해 온 이란의 권력 지형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하타미는 당시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식상한 여성과 젊은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퇴임 후에도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실제로 그는 재임 중 종교지도자의 과도한 권력을 제한하는 등 개혁적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의회를 장악한 보수세력의 저항과 시아파 성직자의 입김이 강한 탓에 시장개방과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 등으로 대변되는 하타미의 실용 개혁조치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핵 개발 의혹이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양국 관계도 경색돼 버렸다.

반미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53) 현 대통령은 2005년 대선에서 하타미에 실망한 보수 세력을 자극해 예상을 뒤엎고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30%가 넘나드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원유값 폭락으로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그의 재선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란 종교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하타미의 출마로 보수세력의 결집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은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가자 사태로 반미 및 반이스라엘 정서가 팽배한 것도 아흐마디네자드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하타미는 그러나 “그는 너무 공격적이고 이란을 적의 수중에 놀아나게 하고 있다”며 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직 장관 출신인 무스타파 타자드의 말을 인용해 “두 후보의 차이는 오바마와 매케인의 차이보다 더 극명하다”며 “이란 대선 결과가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당선되는 이란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4년 임기를 거의 같이 하기 때문에 하타미가 권력을 잡을 경우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한 미국도 크게 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은 이번 선거가 초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경제실정에 실망한 서민층이 하타미에게 돌아설 지 여부가 선거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 대통령의 임기는 4년 중임제지만 8년 임기를 마친 후보는 4년 후 다시 출마할 수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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