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침샘암 수술을 받고 집필을 중단했던 소설가 최인호(64ㆍ사진)씨가 7개월 만에 작품을 썼다. 최씨는 9일 출간되는 월간 '샘터' 3월호에 연작소설 '가족'의 제395회분 '새봄의 휘파람'을 발표했다. '가족'은 최씨가 1975년부터 35년째 써가고 있는 국내 최장수 연재소설로, 자신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소박한 이웃들의 삶을 풀어내고 있다.
'새봄의 휘파람'에서 최씨는 예의 진솔한 글로 투병 전후의 사연과 자신의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13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수술을 받았다.
아침 8시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오후 7시에 나오는 열 시간이 넘는 대수술이었다"며 "수술 후 약물과 방사선으로 그 무더운 더위를 어떻게 견뎌내었을까 했을 정도로 병치레를 하였고 아직까지도 완전하지 못해 하루하루 환자 노릇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안부를 전했다.
이어 그는 "병원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부터 병을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환자로 살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며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오직 죽음일 뿐, 병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당시의 심정을 돌이켰다.
그리고 자신의 투병 사실이 알려진 데 대해 "병이라는 토굴 속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독존으로 때로는 병과 싸우며, 병과 벗하며, 병을 통해 배우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환자 노릇을 수행해 나가리라 결심하고 있었는데 그만 동네방네 소문이 나버린 것"이라며 난감해 하기도 했다.
방사선 통원치료를 받을 때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받았던 느낌을 전하는 그의 글은 뭉클하다. "아아, 나는 글쟁이로서 지금까지 뭔가 아는 척 떠들고 글을 쓰고 도통한 척 폼을 잡았지만 한갓 공염불을 외우는 앵무새에 불과하였구나.
한 발자국만 거리로 나서면 우상의 광장, 온갖 물질과 성과 광기와 쾌락이 범람하는 사육제의 광장, 그 한곁에서 환자들은 격리되어 신음하며 고통과 싸우며 어떨 때는 치료비가 없어서 절망하며 저처럼 울부짖고 있구나."
최씨는 수술 후 마비됐던 입술이 조금씩 풀려 '새봄의 휘파람'을 불게 됐다며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와 화가 김점선씨를 비롯한 여러 아픈 이들에 대한 격려로 글을 맺었다.
"내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내 다정한 아픈 사람들아, 그대의 병을 대신 앓고 싶구나. 아프지 말아라. 이 땅의 아이들아, 내 누이들, 내 어머니. 그리고 이해인, 김점선아. 이제 그만 일어나 나오거라. 창밖을 보아라. 새봄이 일어서고 있다."
최씨는 여전히 외부와의 연락은 끊고 지방의 한 사찰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가족은 "충청도 어디 산사로 가신다고만 하더라"고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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