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에서 7일 시작된 산불로 8일 현재 무려 9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가옥 700여 채가 전소했다. 이는 역시 빅토리아주에서 일어나 총 75명의 희생자를 냈던 1983년 화재 이후 또 다시 발생한 대형 참사다.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이르는 수십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화한 산불의 원인을 두고 당국은 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빅토리아주 경찰청 키어런 월시 부청장은 "몇몇 발화 지점은 도저히 자연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는 곳"이라며 "현재 방화 용의자들을 붙잡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8일 밤 현재까지도 불길은 겉잡을 수 없이 거세게 번져 가고 있어, 소방당국은 비가 내리지 않는 한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이 방화라 하더라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빠르게 번져 나가며 수 많은 희생자를 낸 이유는 호주의 이상 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호주에서는 현재 남부 지역은 사상 최악의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북부 지역은 홍수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기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기후에 대해 인도양 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내려가거나 올라가면서 해수의 온도와 강우량이 서고동저(西高東低)로 양분되는 '다이폴(Dipoleㆍ이극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다이폴이 호주 남동부에 한낮 온도가 섭씨 47도까지 치솟는 폭염과 건조함을 불러왔고 그 결과 일단 발생한 산불은 마치 폭풍처럼 번져나가는 것이다.
목격자들도 불길이 열풍과 함께 몰아쳤다고 증언하고 있다. AP통신은 "번지는 불길은 마치 '불폭풍'처럼 몰아쳤다"고 적었으며 가까스로 불길을 피한 한 피해자도 AP통신에 "마치 불이 비처럼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했다"고 말했다.
이상 기후 때문에 빅토리아주는 해마다 크고 작은 산불이 끊이지 않아 '산불 지옥'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자연 발생적인 화재가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호주의 캐빈 러드 총리는 이날 주도 멜버른 인근의 피해현장을 찾아 "필요하다면 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피해 복구에 1,000만 호주 달러(약 90억원)를 긴급 지원키로 했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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