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때는 이기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이제 지는 법도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나."(임영철 벽산건설 감독)
"이기는 법을 배웠지만 항상 이기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임오경 서울시청 감독)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의 실제 주인공 '임오경 효과'는 대단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당시 사제의 연을 맺었던 임영철(49) 감독과 임오경(38) 감독의 '사제 대결'로 화제를 모은 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9 SK핸드볼큰잔치 벽산건설-서울시청의 개막전은 여느 대회 때와 판이하게 달랐다. 우리>
경기장엔 무려 6,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개막전 생색내기' 차원으로 동원된 초ㆍ중ㆍ고교생 수준이 아니었다. 가족 단위 팬들이 주를 이뤘고, 경기 내내 "꺄아~"하는 비명에 가까운 환호 소리가 난무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임오경 팬클럽뿐 아니라 프로축구 FC서울 서포터스가 단체 응원을 와 눈길을 끌었다. 임오경 감독은 "한국에 돌아온 건 핸드볼 발전을 위한 것이지, 승리에 눈먼 감독이 되려는 게 아니었다"면서 FC서울 서포터스 회장을 만나 응원을 부탁한 사연을 소개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상대가 될 리 없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지휘한 '백전노장' 임영철 감독의 벽산건설엔 오영란 문필희 김온아 등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했다.
반면 14년간의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 복귀한 임오경 감독의 서울시청은 지난해 7월 창단된 신생팀으로 이번 핸드볼큰잔치가 첫 데뷔 무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의 전개가 펼쳐졌다. 서울시청이 골키퍼 용세라의 선방 속에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전반 17분 무려 4점차(11-7)까지 앞선 것. 경기 내내 일어서서 일일이 선수들에게 지시하던 임오경 감독과 달리 벤치에 묵묵히 앉아 있던 임영철 감독은 그제야 벌떡 일어서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러나 서울시청의 반란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김온아(14점)를 앞세운 벽산건설이 빠른 공수전환으로 속도전을 펼치자 서울시청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벽산건설은 12-13으로 쫓아간 전반 종료 3분여전부터 무려 6점을 잇달아 성공시켜 18-13으로 승기를 잡았고, 결국 35-30으로 승리했다.
'스승' 임영철 감독은 경기 후 "선수 시절부터 일본 지도자 생활까지 이기는 경기만 해왔으니 오늘처럼 지는 경기도 해봐야 더 발전할 수 있다. 능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제자'에게 덕담을 건넸고, 임오경 감독은 "많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왔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화답했다.
남자부에서는 우승후보 두산이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혈전 끝에 19-18 역전승을 거뒀고, 경희대도 충남대를 35-24로 꺾고 순항했다.
오미현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