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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농업경영 르포-위기에도 길은 있다/〈하〉배즙 미국 수출 서정만-임봉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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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농업경영 르포-위기에도 길은 있다/〈하〉배즙 미국 수출 서정만-임봉이 부부

입력
2009.02.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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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배 농가들은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대풍(大豊)의 기쁨은 잠시였고, 폭락하는 배 값을 잡기 위해 힘들여 농사지은 배를 그냥 땅에 파묻어야 했다. 하지만 충남 당진군 정미면 두레배 농원의 서정만(59)ㆍ임봉이(57)씨 부부에게 이런 소동은 남의 일이었다. 두레배 농원은 오히려 배가 달려서 고민이다. 농장에서 생산한 친환경 배로 만든 배즙은 지난해 미국으로 20만달러어치나 수출, 국내 매출(1억5,000만원)을 앞질렀다.

고객의 믿음과 충성을 확보하라.

서씨 부부도 한때는 두레배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통해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배즙을 납품했던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는 결제를 제때 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고, 백화점에 두레배를 내놨을 때는 원래보다 3배나 되는 가격표가 붙어 있는 걸 보고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서씨는 "두레배를 널리 알리는 데는 대기업 유통업체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는 비싸게 사먹는데도 정작 우리 같은 농가는 손해를 보게 되더라"며 소비자와 직거래를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배는 지난해 7.5㎏ 상자당 3만5,000~4만원에 판매, 일반 배보다 약 1만원정도 비싼데도 설 명절이 지나면서는 동났다. 온라인으로 두레배와 배즙을 직접 주문하는 단골만 800명 가량에 달한다.

서씨 부부는 '단골'마케팅을 강조한다. 시중 가격보다 생산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값이 해마다 크게 오르내리지 않고, 배 맛과 품질이 한결 같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배맛에 만족하지 않는 고객에겐 무조건 리콜해준다. 서씨는 "일단 단골이 되면 시중 가격이 어떻든 우리를 믿고 배를 사준다"고 말한다.

제살깎기 경쟁보다는 품질로 승부

두레배 농원도 과거 1등품 배만 추려 팔고 난 뒤, 다른 농가들처럼 중하품 및 낙과 등 재고로 골치를 앓았다. 배즙 가공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저농약 인증을 받은 친환경 배 원액에 은행 도라지 생강 등을 첨가한 프리미엄급 배즙을 내놓았다. 배즙은 그냥 배로 파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도 낼 수 있었다.

서씨 부부는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서씨는 2003년 미국 뉴욕으로 배즙 1,500박스를 들고 날아갔다. 첫해 오랜 운송기간동안 배즙 포장이 터지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듬해부터 본격 수출에 나섰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성분분석 및 공장시설 인증을 받고, 무역업 등록, 수출용 제품 포장 등 제대로 준비를 갖췄다. 서씨 부부는 2004년 7만달러로 시작, 지난해에는 미국 수출이 20만달러로 늘었다. 더 이상은 물량 부족으로 수출을 늘릴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 서씨 부부는 배즙 가공 설비 확장 여부를 놓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가족농으로 남기로 결론을 내렸다. 부인 임씨는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감당하지 못해 부실해지기 보다는 더 건실하게 운영하고 좋은 맛의 배를 생산하는 게 농장과 소비자에게 모두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농림수산식품부

당진=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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