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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 천황 이야기' 일본 천황들은 어떻게 전쟁 책임 벗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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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 천황 이야기' 일본 천황들은 어떻게 전쟁 책임 벗어났나

입력
2009.02.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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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다 히로시 지음ㆍ하종문 등 옮김

역사비평사 발행ㆍ388쪽ㆍ2만원

일본 천황은 어떤 존재일까. 침략과 식민지배라는 한국 근대사의 구조에서도 천황은 정점에 위치한다. 그러나 천황의 존재, 천황의 통치 시스템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세 천황 이야기> 는 지바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세 천황-무쓰히토(睦仁ㆍ메이지), 요시히토(嘉仁ㆍ다이쇼), 히로히토(裕仁ㆍ쇼와)-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세 천황이 처했던 정치적 환경과 실질적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살핀다. 이 책의 특징은 공식 자료뿐 아니라 천황을 포함한 최상층 정치 지도자들의 서신, 의회나 일반에 공개하지 않은 비공개 문서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내밀한 자료들을 통해, 어린 천자 무쓰히토가 군사군주로서 친정(親政) 의지를 드러내는 과정, 군주의 능력이 부족했던 다이쇼로 인해 좌충우돌하는 중신들의 모습, 천황과 신하의 알력 속에 전쟁을 향해 치닫는 쇼와 시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근대 일본 천황제를 규정짓는 ‘보필’과 ‘친재(親裁)’라는 모순된 두 성격에 주목, 천황제를 ‘무책임의 정치 구조’로 분석한다. 보필은 메이지유신 이후 입헌군주 성격의 천황의 특징을 보여주는 특징으로, 천황은 신하의 발의와 입안을 기다려 재가할 뿐 책임을 지지 않는 수동적 존재라는 점을 의미한다. 반면 친재는 유신 이후 막부가 아니라 천황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했다는 능동성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이런 모순 구조는 천황에게는 친정 군주ㆍ대원수로의 지위를, 신하에게는 ‘국가기관의 하나로서의 천황’이라는 인식을 부여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가져다 줬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리고 이런 이중성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천황과 신하들이 모두 전쟁 책임에서 벗어나는 데 이용됐다는 것이다. 천황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일본 지성계의 반성으로서, 또한 식민지배사의 청산을 위한 기초작업으로서 이 책은 한ㆍ일 양국에 모두 의미가 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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