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활화된 제도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혹자는 "제도는 의복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의복은 처음엔 마음에 들고 몸에 맞아 만족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체형이 바뀌어 몸에 맞지 않거나 유행에 뒤져 관심 밖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제도도 의복과 유사하다. 합리적이고 유용한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행정환경 변화에 따른 지속적 제도개선 노력은 국민편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가 제도 진단을 통해 불합리한 행정 제도를 개선해 온 것은 매우 의미있다.
다가구 주택 전입신고양식 개선을 통해 거주자의 우편물 수령 정확성을 높인 사례가 있다.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다가구주택은 동ㆍ호수가 주소에 반영되지 못해 거주자들이 행정기관 우편물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김모씨는"원룸으로 배달된 적성검사 예고통지서 또는 운전면허 정지 관련 우편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운전면허 정지상태에서 운전하다 경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기존 전입신고서 양식을 개정, 모든 전입신고자가 층ㆍ호수를 적극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112ㆍ119 통합 긴급구조 시스템 마련도 제도개선의 성과다. 보통 시민들은 긴급 상황 때 112와 119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경찰서와 소방서에 신고했을 때의 차이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자살 관련 신고시, 소방대원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은 할 수 있으나 구조 후 피구조자에 대한 후속 보호조치 등의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지난해 10월, 마포대교에서 자살소동을 벌인 남자가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출됐다. 그러나 소방관은 그 남자의 자살 재시도 가능성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없지만 경찰관이 출동했다면 후속조치를 통해 그를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진단센터는 소방과 경찰 신고접수상황실의 공동대응체계 강화, 공동 무전망 활용 등을 통해 소방대원에게는 보호조치권한을, 경찰관에게는 위치정보 추적권한을 부여했다. 단독 출동 시에도 완벽한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양 기관의 상황실과 긴급신고번호를 통합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한 정부 선진화가 이루어질 때 국민을 섬기는 정부,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정부로의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환범 행정안전부 행정진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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