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성경에 가라사대 마음이 가난한 者에게 福이 있다 하였으니
2백억을 축재한 사람보다 1백9십9억을 축재한 사람은 그만큼 마음이 가난하였으므로
天國은 그의 것이요
1백9십9억원 축재한 사람보다 1백9십8억을 축재한 사람 또한 더 마음이 가난하였으므로
天國은 그의 것이요
그보다 훨씬 적은 20억원이니 30억원이니 하는 규모로 축재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마음이 가난하였으므로
天國은 얻어놓은 堂上이라
돈 이야기로 詩라고 써놓고 있는 나는 어느 시대의 누구보다도 궁상맞은 시인이므로
天國은 얻어놓은 堂上이라
금융경제라는 거대한 숫자놀음이 일으킨 위기가 실물경제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금융, 실물경제라는 말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저녁 찬거리까지 걱정하게 한다. 얼마만큼 가져야 우리는 정말 내가 많이 가졌네, 라는 말을 할까? 얼마만큼 성장을 하고 또 해야 우리는 이만큼만 하지 뭐, 라는 말을 할까? 푸른 지구는 하나이고 자원은 정해져 있는데 끊임없는 성장은 과연 가능하기라도 할까? 화성에다 개발지구라도 세워야 할 판이다.
식량위기일 때 정말 굶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에너지위기가 올 때 정말 냉방에서 덜덜 떠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모든 위기 앞에서 제일 먼저, 제일 많이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다 알고 있다시피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꼭 어머니 테레사 같다. 아니다, 나는 도덕의 잣대로 누군가를 비난할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시정에서 돈 이야기를 하면 시인들은 별 이야기나 한다고 하는데 시인이 시침 뚝 떼고 들려주는 이 돈 이야기는 시니컬하고 아프다. 부자들과 부자보다 조금 덜 부자인 사람들이여, 천국은 얻어놓은 당상인데 돈을 꽁꽁 안고 더 안전하게 더 많이 벌기 위해 오늘은 어디로 분주히 가시는가?
허수경ㆍ시인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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