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은 비를 타고' '그리스' 등 흥행작의 주인공으로 맹활약한 정상급 뮤지컬 배우이자 '김치 치즈 스마일' '라이프 특별조사팀' '그들이 사는 세상' 등 TV에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배우 엄기준(33)씨.
영화배우 김수로 등 20여명의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연극 '밑바닥에서'(14일~3월 22일ㆍ예술의전당 토월극장)로 1년여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그는 "벌이가 시원찮아 최근 적금을 해약했다"거나 "평소 200명쯤 되던 미니홈피의 방문자가 드라마 촬영 때 1,000명으로 반짝 늘었을 뿐 인기는 실감하지 못한다"는 믿기 힘든 말만 늘어놓았다.
지난 연말 TV연기대상에서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어 대표적인 뮤지컬 배우 출신 스타로 꼽히는 그가 아니던가. "TV드라마 몇 편 찍었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어요. 사실 제게는 '무대로 돌아온다'고 표현하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요. 원래 하던 일을 할 뿐이니까."
연극 '밑바닥에서'(황재헌 연출)는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고전으로 극단 유가 '햄릿 1999'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통 연극이다. 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을 사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으로, 엄씨는 사기도박 전과자 사틴을 연기한다.
번듯한 직업을 가진 지식인이었으나 살인을 저질러 감옥살이를 한 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한없이 추락할 듯 보이는 인생에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죠. 우리네 삶이 그렇듯."
3월 중순부터 방영될 MBC TV 새 주말극 '잘했군 잘했어'에 출연할 예정이기도 한 그는 "일정이 겹쳐 연극 출연 여부를 놓고 잠시 고민했다"면서 "오랜만의 무대에 대한 느낌을 부담보다는 책임감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저를 알아보는 분이 많아졌으니까 그럴수록 무대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TV로 볼 땐 괜찮더니 무대에선 별로네, 하는 평을 들으면 안 되잖아요."
고교 시절 처음 관람한 뮤지컬 '동숭동 연가'로 인생의 목표를 파일럿에서 뮤지컬 배우로 바꾼 그는 "내 연기에 단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제가 무대 연기로는 처음부터 주인공만 맡은 줄 알았다고.
1995년 데뷔작 배역이 '시민3'이었는데…." 기왕에 시작한 연기니 좀 더 많은 분야에 도전하자는 생각으로 눈을 돌린 TV 출연의 길이 쉽게 열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배역엔 귀천이 없다'고 믿는 그였기에 수없이 많은 오디션 탈락의 고배 이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의 망가지는 캐릭터 '엄기준'으로 TV쪽에서도 이름을 알리는 행운을 얻었다.
양재동 연습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배경음악이 조금만 커져도 목소리가 묻힐 만큼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그는 5월이면 체코 뮤지컬 '삼총사'로 뮤지컬 무대에도 복귀한다.
"조용한 성격 때문인지 무대에서라도 발산할 수 있는 강렬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편"이라는 그는 "요즘 노래하는 법을 잊어버릴까 싶어 베개로 입을 틀어막고 노래 연습을 가끔 한다"며 쑥스러워 하기도 했다.
"70대가 될 때까지 무대에도 서고 촬영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빨리 무대로 돌아오시죠, 하는 팬도 있는데 제가 외도한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해마다 무대에는 꼭 설 겁니다." 공연 문의 (02)556-5910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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