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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오늘의 변방이 내일의 중심이다

입력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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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다크 나이트'로 세계 영화 팬들을 흥분시킨 감독이다. 제작비 1억8,500만 달러짜리 블록버스터 지휘자인 이 할리우드 일급 감독의 1998년 데뷔작 '미행'은 불과 6,000달러로 만들어졌다.

제작비만 저렴했던 게 아니다. 스태프라고 해봐야 그 자신을 포함해 고작 3명. 그는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제작비를 조달하는 동시에 촬영과 연출까지 겸했다. 촬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배우 3명과 스태프들이 각자 생업에 매달리다 보니 매주 토요일 15분 정도만 촬영이 가능했다.

69분짜리 영화의 촬영을 마치기까지 걸린 기간만 1년.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된 이 야심만만한 독립영화는 그러나 여느 주류영화를 뛰어넘는 완성도로 금세 영화계의 시선을 잡았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곧 '메멘토'를 만들며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어제의 비주류는 오늘의 주류이고, 오늘의 변방은 내일의 중심이 될수 있다. 할리우드의 탄생 과정을 봐도 그렇다. 20세기 초 뉴욕에 기반을 뒀던 미국 영화사들은 카메라와 영사기 제조사들의 특허권 규제 때문에 영화 제작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모험심이 충만했던 작은 독립영화사들이 '약속의 땅' 서부로 먼저 탈출을 시작했고, 그들은 새로운 영화문법을 창조하며 할리우드를 세계 영화의 메카로 만들었다.

연초부터 한국 독립영화의 약진이 눈부시다.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4일 국내 독립영화 사상 최초로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매일매일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1일 외국에서도 낭보가 들려왔다.

양익준 감독의 독립영화 '똥파리'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화제의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한 것이다. 제작비 1,000만원으로 만들어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낮술'의 흥행에 대한 기대도 예사롭지 않다. 모두들 오직 도전정신 하나로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 열매를 맺고,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독립영화는 곧잘 주류영화의 미래라 일컬어진다. 최근 우리 독립영화들이 이룬 성과는 물질적으론 보잘 것 없더라도 한국영화의 내일을 키우는 씨앗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변방에서의 잇단 쾌거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충무로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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