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공사중이던 초고층 아파트가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입주를 맞아 깊은 밤 모든 창에 불을 밝혔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높은 건물들이 많다는 이 일대에서도 가장 높아 빌딩숲 위로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전면이 통유리창이다. 해의 걸음걸이에 따라 전방위로 빛을 쏘아대는데 시공 전부터 말이 많았다. 옆의 아파트단지 일부가 그 건물의 그늘에 파묻혔다. 한강 조망을 자랑하던 아파트가 불시에 일조권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인 듯하다. 통유리 건물의 단점들이 속속 지적되고 있다. 강남의 이와 유사한 빌딩의 경우, 한여름 집안에 두고 나간 애완견이 죽어 있더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커다란 유리에 비해 창은 턱없이 작아 환풍구 수준이다. 종일 햇빛에 달궈진 유리 표면 온도가 얼마나 올라갈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루종일 냉방기를 가동해야 한다.
초고층이다 보니 엘리베이터를 작동하는 전력도 만만치 않다. 한낮이면 햇빛을 가리려 블라인드를 내려야 하고 블라인드 때문에 어두워 조명을 켜야 한다. 겨울이면 유리벽은 한기를 막아주지 못한다. 이래저래 통유리창 건물은 부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곳곳에서는 이런 초고층 건물들이 올라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시작된 에너지제로주택, 우리는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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