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출간된 최영미씨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는 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근년에는 매년 1,000부 안팎이 나가는 정도였던 이 시집이 지난 1월에는 갑자기 7,000부 가량 팔렸다. 서른>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20일 MBC 오락프로그램 '명랑히어로'에서 개그맨, 가수, 배우들이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이 시집이 언급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이다.
최씨의 시집뿐만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잠깐이라도 소개된 책들의 판매량은 껑충 뛰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소개된 공지영씨의 에세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008년 3월 출간)의 경우 방송 전까지 9개월 동안 3만부가 팔렸지만, 방송 이후 한 달 동안 5만부 이상 나갔다. 네가>
방송작가 김동영씨의 여행에세이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는 더 놀랍다. 2007년 9월 출간 이후 지난 해까지 1만5,000부 팔렸던 이 책은 1월 10일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3주 동안에만 3만3,000부가 팔렸다. 너도>
내용 때문이 아니라, 연예인들이 냈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가수 타블로의 소설집 <당신의 조각들> 은 습작 수준이라는 출판계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간 3개월여 만에 16만부가 팔려,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 와 황석영씨의 <개밥바라기별> 같은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에세이집 <세상에 너를 소리쳐!> 는 1월 말 출간 후 열흘 만에 무려 10만부 이상 팔렸다. 세상에> 개밥바라기별> 엄마를> 당신의>
이처럼 연예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책, 연예인들이 낸 책이 출판가의 '대박 공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연예프로그램 책 소개에 대해서는 '연예인이 소개하는 만큼 책에 대한 친근감을 높여준다'는 주장과 '책 소개가 가십성이 되버렸다'는 주장이 맞선다.
특히 KBS 'TV 책을 말하다' 처럼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진지한 독서교양 프로그램이 올해초 폐지된 것과 맞물려 이같은 논란은 더욱 뜨겁다.
김정혜 창비 문학출판부 총괄팀장은 "연예프로그램에서의 책 소개는 책을 친근하게 해준다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책이 실제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반짝수요에 그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이보다는 유럽에서처럼 진지하게 책을 다뤄주는 교양 TV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책에 대한 엄숙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의견을 표시했다. 한 소장은 "책도 기호적 가치를 지닌 대상"이라며 "책을 그냥 즐기는 것으로 본다면 연예프로그램에서 책을 다루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책 내용보다는 명성 때문에 연예인들의 책이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연예인들의 책이 영향력이 크고 관심이 높은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 연예인들의 경우 그 내용이 에세이, 사진집, 자기계발, 재테크 등 '소비코드' 일색이라는 점이 우려된다"며 "책 내는 것을 프로그램 한 편 출연하거나 CF 한 편 찍는 일처럼 소비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당신의 조각들> 과 <너도 나를 떠나보면 알게될거야> 를 출간한 출판사 달의 이병률 대표는 "최소한의 수준이 담보된 경우 이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단순히 그 연예인을 좋아하는 10, 20대 뿐 아니라 그 팬들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교사나 부모들까지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다며 "다만 연예인들의 명성을 이용해 아무 내용 없는 책들을 내려는 행태에 대해서는 출판계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너도> 당신의>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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