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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시행 첫날 펀드가입 해봤더니…서명 또 서명 "휴~ 1시간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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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시행 첫날 펀드가입 해봤더니…서명 또 서명 "휴~ 1시간 걸렸네"

입력
2009.02.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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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에 들어간 4일.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명동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낯선 장면

창구 대기표를 뽑고 순서가 되자 창구 직원에게 펀드 가입하러 왔다고 말했다. 직원은 "일반 창구에서는 펀드 가입을 할 수 없다"며 별도 창구로 안내했다. 전에는 창구 직원 누구나 '좋은 거 있는데 (펀드) 하나 드세요'라며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이젠 따로 떨어진 공간에서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직원만 펀드를 취급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 전용 상담 창구'라는 표시를 따로 해두지는 않았고, '간접투자상품(새 명칭은 집합투자상품)'이라는 이전 표기법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했다.

길고 헷갈리는 상담

창구에 앉자마자 직원은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꺼냈고 투자권유를 받을 지 물었다. '투자권유를 원치 않으면 판매사는 투자권유를 할 수 없다'는 자통법 규정에 따른 질문이었다. 투자 권유를 받겠다고 하자 뒷면의 기초 정보(7개 문항), 위험 선호도(1개 문항), 파생 상품(2개 문항) 등 10개 문항에 답하라고 했다.

투자하려는 자금이 전체 금융자산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투자로 손 보면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 지 등 기초정보질문은 객관식이라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투자 성향을 스스로 판단해 보라는 '위험 선호도'는 생각하는데 꽤 오래 걸렸다. 특히 '손실위험 적극 수용'(공격투자형), '원금보전보다는 위험감내'(적극투자형) 등 강한 문구 탓인지 섣불리 고르기가 어려웠고 결국 한 단계 낮은 '위험중립형'을 선택했다.

직원은 작성결과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다. 결과는 2등급에 해당하는 63점. 하지만 내가 선택한 위험선호도는 '위험중립형'이라, 가입할 수 있는 등급은 3등급(40점 초과~60점 이하)으로 나왔다. 원래 주식형 펀드를 생각했는데 이 상품은 1,2등급에 속해 있어, 나 같은 3등급투자자는 혼합형 펀드 정도밖에는 들 수 없었다.

서명 서명 서명

결국 등급을 올려 2등급 상품에 들겠다고 하자 직원은 또 다른 확인서를 꺼냈다. '회사는 적합한 상품을 권했지만 투자자가 위험도 높은 상품을 골랐기 때문에 향후 위험은 본인이 책임진다'는 내용이었다. "불완전 판매 시비를 미리 막으려는 뜻을 알겠지만 살벌하다"고 한마디 하자 직원은 "지난해 제대로 설명 안 했다가 펀드 망가지고 나서 판매사들이 고생 좀 했잖아요"라며 멋쩍어 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만 30분. 하지만 본론은 지금부터다. 직원은 수수료, 투자위험, 환매 등을 '너무'친절하게 설명했고 40쪽에 가까운 분량의 투자설명서도 줬다. 그러고 나서야 드디어 집합투자상품 신규가입신청서를 구경할 수 있었다.

시간은 50분 가까이 흘렀고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는 순간 이번에는 투자 설명을 들었다는 서명을 한 번 더하고 나자 '투자자 체크리스트'가 나왔다. "혹시나 직원이 설명을 빠뜨린 부분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14개 문항에 체크를 하고 나자 "끝났다"는 말이 들려온다.

시간을 봤더니 딱 1시간이 걸렸다. 은행직원은 "재산현황, 가족사항 등 꼬치꼬치 캐묻는 것 같다며 부담스러워 한다"라며 "나이 드신 손님들은 너무 복잡하다고, 젊은 손님들은 다 아는데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투자자보호장치가 엄격해진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서류 서명 등 너무 형식에 얽매이는 느낌이다. 말하는 사람(금융사 직원)도 듣는 사람(투자자)도 모두 진을 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성향은 시시때때로 변하기 마련인데 이를 투자권유의 기준으로 삼으면 뒤죽박죽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게다가 위험도가 높은 상품과 안전한 곳에 나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확인서를 여러 장 따로 받는 것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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