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림수산부 외청인 수산청 장관을 지낸 한 관료는 20여년 전 퇴직 후 산하 법인인 해외어업협력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낙하산 인사'로 4년 반 근무하면서 그가 받은 급여와 퇴직금은 모두 9,700만엔(14억9,000만엔).
정부 산하 법인 자리 꿰차기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해외어업협력재단에서 물러난 뒤 지방경마전국협회장에 취임했다. 거기서 3년을 근무한 뒤 이번에는 배합사료공급안정기구 이사장으로, 이어 일본경종마(輕種馬)등록협회 이사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런 식으로 퇴직 후 모두 6곳의 정부 부처 산하 법인을 전전하면서 그는 급여와 퇴직금 등으로 2억6,900만엔(41억3,000만원)을 챙겼다.
민주당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의원은 3일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자료를 내놓으며 "이 관료가 앉았던 자리에는 그 전후로도 같은 부처의 고위 퇴직 관료가 취임했다"며 일본 관료의 병폐를 추궁했다. 답변에 나선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행정개혁담당 장관도 "이런 낙하산 인사를 반복하는 사람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퇴직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올해 안에 제한키로 했다. 이날 각의를 통과한 '공무원 개혁 예정표'에는 2011년까지 경과 기간을 둔 뒤 각 부처의 퇴직 관료 취업 알선과 두 차례 이상 낙하산 인사를 금지토록 했지만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올해 중에 정부령을 제정해 이런 조치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근절은 아니다. 일본 정부의 계획은 그 동안 정부 부처가 직접 나서 했던 퇴직 관료 취업 알선을 '관민인재교류센터'라는 전문 조직에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 부처에서 퇴직 관료를 추천 받아 산하 법인의 구인 수요와 연결해주는 이 센터를 지난해 일본 전국 7개소에 설치했다. 게다가 부처 산하 법인에는 퇴직 관료들의 낙하산이 이미 관행이 됐기 때문에 알선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공무원 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중앙 부처의 간부 인사를 전담하는 '내각 인사ㆍ행정관리국'을 내년 4월까지 설치하고 총무성, 재무성, 인사원 등 각 기관에 분산된 인사 기능을 내각관방으로 이관키로 했다. 공무원의 단체협약 체결권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전문가 검토를 거쳐 내년 중 관련 법을 국회에 제출해 2012년 시행할 방침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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