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우울하고 참담하다. 경제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용산 재개발참사는 우리사회를 다시 대립과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다. 연쇄살인마 강호순의 끔찍하고 뻔뻔스러운 범죄행각에 국민들은 분노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럴 때 정치라도 희망을 보여주어야 할 텐데 정파적 이해관계와 이념논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그래서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체육계에서 들려오는 몇 가지 소식이 더 반갑고 값지게 느껴진다.
먼저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의 '아름다운 퇴장'이다. 그는 차기 회장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5월 보궐선거에 회장으로 출마할 때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비록 짧은(9개월) 재임기간이었지만, 어수선했던 체육계를 뭉치게 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로 종합 7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체육단체 구조조정을 두고 정부와 빚었던 마찰도 원만히 해결했다. 자리 욕심을 낼 만도 한데, 그는 "체육인은 룰을 지키며 약속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위의 권유를 뿌리쳤다.
문화체육관광부 장ㆍ차관이 잇따라 체육단체장들은 물론 한국프로야구(KBO) 총재 선출에 불개입을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더 좋았겠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떤 이유로든 스포츠에 '정치'와 '관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순수성을 잃은 스포츠는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역시 정몽준 회장의 퇴장으로 16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은 대한축구협회가 2018, 2022년 월드컵축구대회 유치를 전격 선언한 것도 성사 여부를 떠나 기쁜 소식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의 감격과 국민통합을 다시 한 번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 국민은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스포츠를 통해 꿈과 용기를 얻고, 마음을 합쳤다. 어느 분야보다 밝은 뉴스를 전하고 있는 스포츠계인 만큼 그 힘이 다시 발휘되길 기대한다. 어제 마침 김연아도 4대륙 피겨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기록을 깨고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1위에 올라섰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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