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의 칠보산은 명천ㆍ화대ㆍ화성ㆍ어랑 등 4개 군에 걸쳐 있는 명산이다. 빼어난 골짜기와 산봉우리, 기암괴석의 절경이 결코 금강, 묘향에 뒤지지 않는다. 금강산을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구분하듯이 동해안을 낀 칠보산도 내칠보 외칠보 해칠보로 나뉜다. 이중 해칠보는 어랑단에서 무수단에 이르는 해안 단층대를 따라 펼쳐진다. 그 길이가 62㎞,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안단애다. 한반도를 토끼 형상에 비긴다면 해칠보 해안은 토끼의 뒤통수에 해당한다. 무수단 일대는 해칠보 절경 중에서도 단연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 무수단 해안절벽은 거친 파도가 끊임 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모양이 장관이다. 무수단(舞水端) 지명이 무쇠 뽑는 마을의 끝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바닷물이 항상 춤춘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명도 그럴싸하다. 아치형의 달문, 솔섬의 낙랑장송 등 무수단의 절경들은 북한의 화가들이 즐겨 화폭에 담는 소재다. 무수단 해칠보의 용솟음치는 파도 그림은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던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도 걸려 있었다. 두 정상이 회담 후 이 그림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 각 언론에 보도돼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 최근 대포동 2호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가 화대군 무수단리로 옮겨져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1950년대 행정구역 개편 때 군 아래 면을 없애고 몇 개의 동과 마을을 묶어 대단위 리를 만들었다. 갈대가 많아 갈골로 불렸던 로동(蘆洞)과 큰 갯가 마을이어서 큰개치라고도 불린 대포동(大浦洞)은 이 때 무수단리에 편입됐다. 북한은 1990년 5월 로동에서 사정거리 1,300㎞ 미사일을 최초 시험발사했다. 1994년부터는 대포동에서 2,500㎞ 미사일 시험에 들어갔고 1998월 8월 발사에 성공했다. 한미 군사정보 당국은 그 각각에 로동1호, 대포동 1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 북한 스스로는 자체 개발 미사일을 화성 5호(스커드 B), 화성 6호(스커드 C)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로동1호는 화성 7호다. 대포동 미사일 시리즈에는 백두산을 붙인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치 않다. 최근 무수단리로 운반된 대포동 2호는 사정거리가 6,000㎞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2006년 7월 첫 실험 때는 발사 43초 만에 공중 폭발해 버렸다. 북한은 이번에 그 결함을 보완해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대미 협상 등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과 제재를 부른다면 득보다 실이 더 크지 않을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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