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서 서로 어깨를 기대가며 살았다. 하지만 변변찮은 삶 속에서도 제주도 4ㆍ3사건 등 큰 역사의 물굽이를 피해 일본에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두 가지 모습을 담고 있는 재일동포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과 일본의 극작가와 배우가 함께 두 나라 무대에 올려 지난해 큰 호평을 받은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이 일본 문화계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4일 발표된 제16회 요미우리(讀賣) 연극대상에서 대상과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앞서 아사히(朝日) 무대예술상 그랑프리를, 제43회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연극상과 제13회 쓰루야난보쿠(鶴屋南北) 희곡상 등 일본의 이름 있는 연극상을 휩쓸고 있다.
요미우리 연극대상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눈물이 있고, 웃음이 있고 그리고 시정(詩情)도 있다” “훌륭한 자이니치(在日)문학” “이 작품의 에너지를 넘어서는 작품은 없다”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극본을 쓰고 공동 연출까지 맡은 재일동포 3세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 정의신(51)씨는 요미우리 신문과의 수상 인터뷰에서 “부모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동기”라며 “연극은 일종의 기록이라는 것이 지론이어서 사명감을 갖고 썼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일본 경제가 성장일로를 달리던 1970년을 전후해 간사이(關西)지방의 재일동포 빈민촌에 있는 ‘용길네 갈비집’을 무대로 재일동포의 삶을 그리고 있다.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가난, 마이너리티로 겪는 차별과 절망을 한일 배우 12명이 연기했다.
정씨는 지난해 한일 공연을 떠올리며 “이 정도로 (티켓이) 빨리 팔린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 공연에서는 흥분해 경련을 일으키고 너무 울어서 일어나지 못하는 관객도 봤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한일 양국의 문화를 이중으로 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는 그는 내년에는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BC급 전범이 된 한국인 이야기를 한국 극단을 통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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