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연 매출 7,000억원 규모의 중소 조선업체인 진세조선 직원들은 최근 3개월 동안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협력업체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채권은행이 갑자기 지난해 10월께부터 선수금 환급보증(RG)을 중단하면서 신규자금 유입이 중단된 데다, 지난 달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돌입 이후 자금사정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이 선언됐지만, 아직 후속절차(실사작업)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언제 자금이 들어올지 앞날이 캄캄하다.
지난달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를 토대로 시작된 중소 조선업체들에 대한 워크아웃이 오히려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기업회생 작업임에도, 오히려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채권단이 돈줄을 막아버리고 협력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할까 봐 납품을 꺼리는 실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워크아웃 기업으로 지정된 중소 조선사는 작년 말 선정된 C&중공업을 포함해 대한조선, 진세조선, 녹봉조선 등 4곳. 이들은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갑작스럽게 몰아 닥친 금융위기 탓에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 왔다. 조선사가 선주에게서 선박 건조비를 미리 받기 위해 필요한 보증(선수금 환급보증)을 은행이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소형조선협회 채영일 국장은 "은행이 보증만 해주면 발주사가 건조 진척률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은행이 채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갑자기 보증을 중단한 게 워크아웃 조선소 자금경색의 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워크아웃 지정 이후 사정이 더 나빠졌다. C&중공업은 채권단이 RG의 채권 인정 범위 등을 놓고 다투고 있어 워크아웃 개시 이후 3개월째 실사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자금 지원도 요원하다. 진세조선은 워크아웃에 앞서 국민은행 등 채권단에 긴급 운영자금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실사작업과 관련 보고서 검토 등 워크아웃 절차를 거친 뒤에야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진세조선 관계자는 "적어도 3개월 이상 걸리는 워크아웃 절차 때문에 급한 운영자금도 빌리지 못하고 있다"며 "100여개 협력업체를 포함해 조선소 전체가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문 받은 선박을 제때 만들지 못하면 결국 조선소와 채권단 모두에게 손해인데도 원칙론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해남에 있는 대한조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난 달 월급을 받지 못했고, 이번 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선박 건조는 힘겹게 이뤄지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워크아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신속한 자금지원을 약속했지만, 워크아웃 기업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독려한 게 어디 한두 번이냐"며 "현장에서는 전혀 돈 구경을 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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