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좋은 기운을 환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산악인 한의사'로 불리는 광주 중앙한의원 박헌주(43)원장. "죽어라 산에 오르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식의 '폼잡는' 말을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산에서 받은 기운으로 환자를 치료하면 그 기운이 환자에게 전해지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이제 한의원 개원 8개월째라 박 원장의 한의사 경력은 초보 수준이지만 등산에 관한한 '명의(名醫)'에 가깝다.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1991년 대학 3학년 때 일본의 지붕으로 불리는 북알프스(3,190m) 동계등반에 나선 이후 10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내로라는 해외 고산(高山)에 도전했다.
그는 93년 톈산산맥(天山山脈)의 칸텐크리(7,010m)와 포베다(7,439m) 등정, 97년 히말라야 초오유(8,201m) 등정, 93~96년 에베레스트(8,843m) 3차례 등반, 2000년 에베레스트 등정 등의 기록을 쌓았다.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네번이나 오른 것이다.
94년 광주매일신문사에 입사해 7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할 때도 그의 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회사로부터 두 달짜리 출장 허가를 받아내 에베레스트 원정에 나설 정도였다. 초오유 원정 때는 출발 두 달 전 축구시합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하자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물리치료를 받아가며 정상에 서기도 했다.
97년 살인범으로 몰린 무고한 시민의 억울함을 밝혀낸 기사로 제30회 한국기자상과 제1회 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박 원장이 한의사의 꿈을 품은 것은 2004년. 2001년 파업에 따른 노사갈등으로 직장을 잃은 후 그는 동료 기자들과 일간지 창간과 폐간을 거듭하며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던중 2년 먼저 동신대 한의대에 편입학한 동료가 그를 한의학으로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동신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한의사 시험에 합격한 뒤 같은 해 7월 한의원을 열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3년 내 원정대장이 돼서 다시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겠다"는 박 원장은 "명산들의 산기운을 내가 가진 의술을 통해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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